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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생 아마추어 모인 '오딘극단', 어떻게 '꿈의 연극공동체'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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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02 17:05:47
스파프서 '크로닉 라이프 : 만성적 인생' 국내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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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오 바르바 연출 ⓒ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계 에덴동산인가. 이탈리아 태생 거장 연극 연출가 유제니오 바르바(83)가 이끄는 오딘극단은 꿈에 그리던 '연극 공동체'로 통한다.

다국적 단원들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팀이다. 단원들은 정신적인 것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월급도 똑같이 나누며 생활하고 있다.

오딘극단은 고향을 떠나 노르웨이에 정착한 바르바 연출이 1964년 국립연극학교 낙제생들을 모아 창단한 아마추어 극단이었다. 돈이 없어 도시 외곽의 외양간을 얻어 극단을 시작했다. 외양간은 실제 소가 살았던 곳이다. 1966년 재정적 이유로 덴마크 홀스테브로로 터전을 옮긴 것에서 보듯 처음부터 잘 나가는 극단이 아니었다.

바르바 연출은 2일 서울 원남동에서 열린 연극 '크로닉 라이프 : 만성적 인생' 간담회에서 "저는 이민자였고 노동자였다"고 떠올렸다. 

상선을 타고 세계 각지를 떠돌았던 그는 스스로를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일컬었다. 다만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은 아니다.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한 사람이라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안다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정치적 관점이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 맞서 싸웠습니다."

극단을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도 세상과 싸워야 했다. 특히 오딘극단에는 연극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없다. 연극 전공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자율학습을 통해 스스로 방법론을 개발해서 공연을 하게 된 이유다.

바르바 연출은 "어떤 테크닉이나 노하우를 가지는 것은 가치가 있는 일이죠. 기자가 글을 쓰거나, 연기자가 연기를 배우는 것은 테크닉뿐 아니라 가치관을 배우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테크닉을 가르치는 선생이기를 원했죠"라고 했다.

바르바 연출이 1979년 국제연극인류학학교를 설립하고 '연극인류학'이라는 새로운 연극학을 개척하는 경지까지 이르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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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바르바 연출은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관객들에게 배우의 최선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극단 자체가 열심히 일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 가치관에 맞지 않는 단원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떠난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처음에 돈이 없었을 때는 1달러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연극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 우리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가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죠."

1년 예산이 40억원가량이 되는 대형 극단이 된 지금은 공적 자금을 50%가량 지원 받고 나머지는 티켓 판매, 초청료 등으로 벌충한다. 강연이나 워크숍 등을 통해 수익을 내기도 한다.

단원은 배우, 스태프 포함 40명가량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배우들이 줄을 선다. 바르바 연출은 "제가 배우들을 고르지 않아요. 배우들이 저를 고른다"면서 "'저희 극단에는 배우가 더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면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계속 남아서 극단을 위해 헌신을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렇게 1년을 버틴 이들도 있다"고 했다. 

오딘극단의 배우들은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지고 있다. 안정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40, 50년 동안 연습에만 매진한 결과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간이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는 모든 기교에 능하다. 무대 예술에 통달한 도인 같다.

4옥타브를 오가는 노래 실력은 물론 밸리 댄스 인도 케랄라의 전통 무용인 '카타칼리' 등 춤에도 능통하다. 6~11일 광주에서 아시아문화전당과 베트남 출신 작가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을 공연으로 제작하기 위한 워크숍을 여는데 진도 씻김굿도 스펀지처럼 받아들였다.

바르바 연출은 "우리가 재능이 많거나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라 벙어리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몸부림 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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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극단이 3~5일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크로닉 라이프 : 만성적 인생'은 오딘극단의 모든 것이 집약된 연극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을 통해 국내 초연한다.

2031년 제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가 시대배경. 실업, 경제적 위기를 맞이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유럽의 한 도시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소년이 아버지를 찾는데, 사람들은 "아빠를 그만 찾으라"며 희망을 품지 않을 것을 종용한다.

특이한 점은 4개 대륙 11국가에서 모인 단원들로 구성된 오딘극단의 특징이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배우들은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한다. 무대 위에서는 덴마크어, 스페인어, 영어, 루마니아어, 체첸어, 바스크어가 혼재된다. 난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과연 미래에도 유럽연합(EU)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도 녹아 있다.

그런데 배우 대사를 이해하기 위한 자막도 없고, 대사에 대한 해설도 없다. 관객들은 배우의 음성과 언어 소리, 움직임, 그 외 시각적 효과를 통해 작품을 감각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관객의 높은 기대감에 사흘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바르바 연출은 "작품을 처음 볼 때 관객들이 당황할 수 있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미래의 판타지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오딘극단의 배우 줄리아 발리는 "행복한 공연이라 생각하는 관객도 있고 나이 든 관객 중에서는 비극적인 공연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면서 "한국의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우리 나이가 많아 편견이 있을 수 있는데 관객들과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딘극단의 또 다른 배우 로베르카 카레리는 "중국 공연에서는 자막이 나오지 않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관객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관객과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칸딘스키의 작품에 타이틀이 없다고 돈을 돌려달라고는 하지 않죠. 이미지 자체만으로 예술적 완성도와 깊이 있는 메시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연극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 몸 자체로 감정을 느끼고 통찰하는 공연입니다."

2020년 은퇴를 앞둔 바르바 연출의 후계자로 페르 캅 예손이 지목됐다. 예손은 한국으로부터 입양됐다. 2021년부터 예술감독으로 극단을 이끄는 옙손은 "채널 바꾸듯 정체성을 바꾸기 쉬운 세상인데, 그 가운데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헌신해서 만들어진 극단의 가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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