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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한-아세안 불참 통보…"선미후남(先美後南)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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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21 18:26:52
文대통령은 친서 보냈는데…北은 보도문으로 답변
北 외교상 결례…"겉으론 정중하지만 불만·실망감"
내용상 예의 갖춰…정상 간 채널 유지해 대남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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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북한은 21일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줄 것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김 위원장이 참석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불참 통보는 냉랭해진 남북관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친서에 대해서는 친서로 답하는 외교적 '관례'를 깨고 관영매체 보도문으로 불참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1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제하 보도에서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게 될 아세안 나라들의 특별수뇌자회의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지난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여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보내온 친서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며 "남측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부산 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 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어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통신은 "다시금 명백히 말하건대 무슨 일이나 잘되려면 때와 장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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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 하며 대화 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김 위원장의 불참 통보는 일차적으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no deal) 이후 이어져 온 우리 정부에 대한 의구심이나 회의감 등이 북한 내에 여전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남북관계는 소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하노이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한 차례 철수를 강행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국내쌀 5만t 지원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가 대미 의존으로 남북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다며 대남 비판 수위를 높이는 한편,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금강산 문제를 대면합의 하자는 우리 측 제안도 거절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불참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불참 통보 형식에서 북한의 불쾌감이 상당 부분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서울 답방 초청에는 친서로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한 관영매체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에는 친서라는 형식도 없이 관영매체 보도문을 통해서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사실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물밑 접촉 사실까지 보도문을 통해 공개했다.

특히 북한이 우리 정부의 물밑접촉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북한 측에 돈 봉투를 건네려 한 사실을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폭로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겉으론 정중하고 수위를 조절한 듯한 거절로 보이지만 단순히 불참 통보가 아니라고 본다"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못 간다는 이야기보다 다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불참 통보라면, 친서에 대해 친서로 하든 다른 방법도 많았을 것"이라며 "굳이 조선중앙통신으로 한 것은 우리에게 가진 불만과 실망감을 담아 이야기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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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중앙통신도 이날 불참을 통보하면서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두 정상이)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북남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등의 표현을 사용해 최근 비난 수위가 높았던 대남 메시지와는 차별성을 뒀다. 북한은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그동안 남북관계를 이끌어왔던 정상 간 채널은 유지한다는 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남북 정상대화에 나서기보다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우선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전략이 담긴 게 아니겠냐"며 "연말까지 북미대화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하면 남북대화도 한다는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때까지는 대남관계나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모드(mode)에 들어갔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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