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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의자 빼기로 어이쿠 엉덩방아…"폭행죄로 처벌"

등록 2020.03.01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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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의자 뺀 60대, 벌금 50만원

법원 "위험 행위"…상해 인정 안돼

실수 의자 쳐 부상, 벌금 100만원

[죄와벌]의자 빼기로 어이쿠 엉덩방아…"폭행죄로 처벌"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흔히들 사람이 앉기 전 의자를 빼 넘어뜨리는 장난을 많이 한다. 장난 여부를 떠나 고의로 사람이 앉기 전 의자를 빼 부상을 입히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아파트 재개발 조합원인 A(62)씨는 2018년 11월 조합 사무실에서 이사회에 참석한 B씨가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갑자기 의자를 빼버려 엉덩방아를 찧게 했다.

당시 A씨는 조합 이사에게 사적인 일을 따지면서 이사회 진행을 방해하는 B씨가 사무실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의자를 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옆에 있던 다른 조합원이 "왜 그러냐. 이렇게 해서 정말로 사람이 죽으면 어떡하냐"며 "다치면 이건 살인행위"라고 했지만, A씨는 "다치라고 뺐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A씨는 B씨가 의자를 앉으려고 할 때 바닥에 넘어지게 할 의사로 몰래 의자를 치웠다"며 "폭행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정당행위' 주장에 대해 "의자에 앉으려는 것을 보고 몰래 빼는 행위는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A씨의 행위를 정당화할 긴급한 상황도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정당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폭행치상 혐의가 아닌 폭행 혐의를 유죄로 적용했다. 홍 판사는 "B씨가 엉덩이, 허리 등 부위에 통증을 느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됐다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초래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 사건 이후 물리치료를 받고 소염제와 소화제 처방만 받았을 뿐"이라며 "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폭행으로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검찰은 "폭행치상을 무죄 판단한 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도 "A씨가 갑자기 의자를 빼 엉덩방아를 찧도록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 '엉치 통증' 등의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고의성은 없지만 실수로 의자를 쳐서 앉아있던 사람에게 큰 부상을 입혔을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을까.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C(28)씨는 지난해 3월 화장실을 가기 위해 걸어가다가 의자 다리를 발로 걸어 넘어뜨렸고, 앉아있던 D씨에게 약 3개월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골절 상해를 입혔다.

C씨는 "D씨가 의자 다리를 올려 보행에 장해를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C씨가 타인과 부딪히지 않거나 어떤 물건에 부딪혀 넘어뜨리지 않게 보행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당시 D씨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의자 뒷다리가 땅에 닿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C씨도 공간이 좁아 의자와 자신의 몸이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C씨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D씨 존재를 인식하고 몸을 옆으로 돌려 의자에 닿지 않도록 했으나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대로 뒤쪽으로 걸어간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C씨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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