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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위기' 속 朴 전격 옥중 서신…'닥치고 통합' 속도 붙나

등록 2020.03.04 1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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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 후에도 계속된 분열과 이합집산 양상

자유공화당·친박신당 창당으로 보수표 분산 우려

朴 "거대 야당에 실망도 했지만 하나로 힘 합쳐야"

'태극기' 조원진·김문수·홍문종 등 "朴 뜻 받들겠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정통 자유민주 세력으로 우뚝"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9.1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9.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탄핵 사태로 수년 째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전격적으로 옥중 메시지를 내면서 총선 체제에 돌입한 정치권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박풍(朴風)'이 야권의 정치지형은 물론 전체 선거판세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핵심 변수로 총선정국에 급부상했지만, 강성 보수 쪽에서 '탄핵5적'을 문제 삼아 독자 노선의 길을 추구한 마당에 탄핵의 강을 넘어 '닥치고 통합'이 실제 가능할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후 분열한 보수 진영이 다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반문(反文) 공세에 나서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합을 촉구하는 '옥중 메시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실제 메시지를 낼 지 여부가 불투명했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자칫 선거에 입김을 넣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며 '옥중 정치'에 나설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야권 일각에선 탄핵 후유증을 겨우 수습하고 총선을 기점으로 보수의 재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자칫 보수 정당의 사분오열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했다.

옥중 메시지에도 이같은 고뇌가 여실히 묻어난다. 박 전 대통령은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여정은 멈추었지만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저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자유공화당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0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자유공화당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04.  [email protected]

박 전 대통령이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신분임을 감수하고 보수 대통합을 당부하는 옥중 메시지를 낸 배경의 이면에는 보수의 자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누리당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 등 세 개 당파로 나뉘어 상당 기간 서로 다른 노선을 걸었다.

지난해 말 보수대통합에 서서히 속도가 붙으면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안철수계를 포함한 일부 중도세력까지 규합하면서 범중도·보수 진영의 신설합당인 미래통합당이 출범에 성공하며 보수진영에서 중도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듯했다.

반면 소위 '태극기 세력'을 고정 지지층으로 두고 있는 강성 보수 성향의 정당들은 통합의 3원칙(탄핵의 강·개혁보수·새로운 집) 중 탄핵 문제에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통합열차에 합류하지 않았다. 우리공화당에 이어 자유통일당이 새로 창당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세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04.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세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친박 핵심인 조원진 대표가 이끌던 우리공화당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이 자유공화당으로 합당했지만,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다시 친박신당을 차리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통합과 분열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여기에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일부 현역 의원들이 자유공화당이나 친박(친박근혜) 성향이 강한 한국경제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라는 입당설이 흘러나오면서 더욱 분열 조짐이 일었다. 

군소정당인 자유공화당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 합당 대신 후보 단일화 형식의 선거연대를 제안했지만, 통합당 쪽에서 수락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정치권에서는 보수 후보간 출혈 경쟁으로 오히려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결국 총선을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 보수 진영에서 심화되고 있는 자멸과 사분오열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email protected]

박 전 대통령도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면서도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하였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며 보수진영에 통합을 주문했다.

특히 현 정권 실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사실상 '반문연대' 동참을 호소했다.

이 같은 '박근혜 메시지'는 보수야권에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당장 보수 진영 결집이 극대화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자유공화당의 조원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옥중 메시지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으로 크게 환영한다"며 "자유공화당은 출범 선언을 통해 보수세력의 하나를 위해서 통합을 제안한 바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와 같은 뜻이 포함된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조원진(왼쪽),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레하고 있다. 2019.11.2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조원진(왼쪽),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레하고 있다. 2019.11.28. [email protected]

같은 당 김문수 대표는 "모든 자유 애국시민과 함께 더 큰 통합을 이루고 마침내 빅텐트를 쳐서 반드시 문재인 정권을 빠른시간내 종식시킬 수 있는, 그리고 국민 건강과 국가의 발전을 이루는데 밑거름이 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어제 우리는 후보단일화와 미래통합당과 단결을 제안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미래통합당이 저희들 제안에 대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에 좋은 답을 주기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는 "우리 친박신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난에 찬 결단을 받들어 최종적으로 관철시킬 것을 다짐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여러분에 준 메시지를 마음에 잘 새기고 이번 총선에서 보수우파가 승리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저는 어제 보수우파 대통합을 위해서 미래통합당이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말씀 드렸다"며 "미래통합당은 화룡점정과 같은 통합에 불과하다, 앞으로 태극기 집회와 통합을 해야 한다, 화합에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마침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굉장히 건강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큰 걱정으로 생각해서 높이 평가하고 우린 그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에서도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박 전 대통령 메시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고,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하며,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아 우리 모두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단결해 4·15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겠다"고 전했다.

황교안 대표는 옥중 메시지에 대해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린다"며 "미래통합당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헤쳐 명실상부 정통 자유민주 세력 정당으로 우뚝 섰다.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모인 '큰 정당'으로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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