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건의→거부' 숨가쁜 하루…추미애-윤석열, 파국?
추미애 "수사 손떼라" 이후 윤석열 첫 입장
윤석열, 자문단 소집 결정…추미애는 '경고'
경고 직후 "손 떼라"…윤석열, 검사장 소집
추미애 "지시이행 아냐" 제안 사실상 거부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2020.06.22. [email protected]
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추 장관에게 검·언 유착 사건 수사를 위한 독립적인 수사 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달 4일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자신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대검 간부들로 이뤄진 부장회의에 수사 지휘를 맡기겠다고 지시했다.
이후 채널A 이모 전 기자에 대한 구속수사건을 두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이 의견 충돌을 빚었다. 대검 부장회의는 지난달 19일 이 전 기자 측이 요구한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 소집 안건도 논의하려 했다.
그러던 중 윤 총장은 검·언 유착 사건의 수사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한 수사자문단의 소집을 결정했으며, 대검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수사자문단원 구성을 마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자문단 소집에 반대하며 단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불을 밝히고 있다. 2020.07.02. [email protected]
대검은 즉시 내부 회의를 열고 수사지휘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 지난 3일에는 전국 검사장들이 소집됐다. 검사장들과 검찰 구성원들은 검·언 유착 사건을 특임검사나 다른 수사팀에 맡겨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총장은 법조계 원로들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검사장회의가 한창이던 지난 3일 오전 "일각에서 주장되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위 주장들을 일축했다.
추 장관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왔다. 검사장회의 다음날인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장님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의 수사지휘가 부적절하다는 검사장회의 내용이 공개된 직후에는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휘를 신속히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추 장관은 지난 6일 오후부터 연가를 내고 업무를 보지 않으면서도 8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9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2020.07.08.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들이 나왔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라인 배제' 지휘를 받아들이면서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 수사팀에 대한 의심을 일축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 장관 역시 수용 여부를 고심할 거라는 관측들이 제시됐다. 하지만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 직후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법무부 내에서도 장관의 즉각적인 거부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자신이 제시한 시간까지 윤 총장의 추가 입장을 기다려 볼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추가 입장이 없을 경우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과 이에 따른 검찰 내부 조직의 반발 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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