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코로나로 해외건설 수주 '빨간불'…"올해 목표 300억불 달성 힘들 듯"

등록 2020.08.17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상반기 161억 달러 수주, 작년比 35% 증가 '선전'

해외 발주 잇따라 연기…공사비 증액도 불가피

코로나·저유가·중동정세 불안…하반기는 '불투명'

【세종=뉴시스】이영환 기자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타워크레인 양대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4일 세종시의 한 공사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2019.06.04.  20hwan@newsis.com

【세종=뉴시스】 공사현장.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으로 인해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유가하락, 중동 정세 불안 등이 겹치며 해외건설 시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변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세계 각국이 입국 제한조치를 단행하거나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공기 지연과 발주·계약 연기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업계와 정부가 전망한 연간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계약금액은 6억5407만 달러(약 7771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4억480만 달러(약 1조6700억원)보다 53% 줄어든 것으로, 지난 2005년(4900만 달러)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1~6월)의 경우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사들의 대형 해외공사 수주 낭보가 이어지며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은 161억3939만 달러(약 19조109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9억2914만 달러(약 14조1241억)보다 약 35% 높았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거둔 실적이다. 지역별로는 ▲중동 77억626만 달러 ▲아시아 67억1587만 달러 ▲아프리카 5억9088만 달러 ▲유럽 4억2418만 달러 ▲태평양·북미 3억7077만 달러 ▲중남미 2억8570만 달러 등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주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 1월 56억5000만 달러에서 ▲2월 37억2000만 달러 ▲3월 18억3000만 달러 ▲4월 17억9000만 달러 ▲5월 18억3000만 달러 ▲6월 13억2000만 달러다. 6월 수주액이 1월보다 76.6%나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극심한 수주 절벽이 수주 금액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해외건설 수주추이. (제공 = 해외건설협회)

[서울=뉴시스]해외건설 수주추이. (제공 = 해외건설협회)



코로나19로 인해 공사 발주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지난 4월 발주 예정이었던 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공사는 입찰 아예 취소됐고,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도 지연됐다. 또 말레이시아 정부는 주요 신규공항 건설 및 확장사업 추진을 오는 2023년까지 연기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두바이와 바레인 등도 건설 프로젝트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인 중동지역 역시 유가 하락으로 수주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6%(1.06달러) 오른 42.6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60~70달러는 돼야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외 건설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공사가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건비나 공사기간(공기) 연장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귀국한 이라크 건설근로자 중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24일 귀국한 77명이 코로나19 유증상자로 분류되면서 치료 중인 이라크 건설근로자는 총 99명에 달한다.

건설업계는 각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하반기 남은 기간 수주 반등이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주 직전에 프로젝트가 연기됐고,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세계 각국의 발주처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섣불리 공사를 발주하지 않으면서 하반기에는 해외건설 수주가 더욱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사 지연과 연기 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며 "발주처와 꾸준히 논의하고 있지만, 추가 비용 문제를 두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건설기업의 88%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업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 이슈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외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기업,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업의 88%는 해외 건설사업 수행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하반기 수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목표액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인 3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사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기반으로 정부의 조속한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하고, 사업 수행 주체인 기업도 대응 체계를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위원은 "정부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개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입국 제한 등 조치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계약 클레임 법률 자문 지원을 비롯해 해외사업 수행 기업의 코로나19 대응 사례 공유,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장 진출전략 수립과 시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