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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연장 불발…배경은

등록 2021.12.16 1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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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연장 불발…배경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우리나라가 유사시를 대비해 미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의 기간 연장이 끝내 불발 되면서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기로 하면서 이르면 내년 3월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이뤄질 경우 국내 외화자금 부족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연준과 체결했던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예정대로 계약 만기일인 이달 31일 종료될 예정이다.

한은은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은 데에는 현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세 차례나 연장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해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 9개국과 체결한 통화 스와프 계약을 종료하게 됐다"며 "서로 협의를 해서 종료를 한 것이지 어느 한쪽이 연장을 요구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이 연장을 원했지만 미국 반대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 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에 대해 "양자간의 협약이고 미국이 9개 중앙은행과 체결한 상황이라 단정적으로 종료된다고 할 수는 없다"며 "글로벌 금융 여건도 계속 안정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 3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와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금융시장 여건도 회복된 데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가속화 하는 등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계약 종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스와프는 위기 상황에 대비한 통화 교환 계약인데 정상화로 가고 있는 길목인 만큼  평상시에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시각이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것이 더 이득이 크기 때문에 끌고 가려고 했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테이퍼링 가속화로 인해 유동성을 줄이는 상황에서 대외 유동성까지 축소시키는 등 통화스와프 종료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1400포인트까지 내려 앉고, 원화 가치가 그박하는 등 금융 환경이 취약해 지면서 위기 측면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체결한 것"이라며 "통화스와프가 지난해 안전판 역할을 했고, 전반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유동성 환수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기준금리도 올리는 등 통화정책을 정상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유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위기가 아닌 국면에서는 통화 스와프는  크게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3월 19일 코로나19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미 연준과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31일부터 6차례에 걸쳐 경쟁입찰 방식으로 198억7200만 달러의 외화대출을 실행했다. 이후 외화부문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7월 30일 통화스와프 자금을 전액 상환해 현재 공급 잔액은 없는 상태다.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고 국내 외화유동성 사정도 개선되는 등 국내 외환부문이 빠르게 안정됐다. 발표 직후 달러화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3월20일 코스피가 7.4%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3.1%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즉시 반응했다.

한은은 또 지난해 7월과 12월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기간을 각각 6개월 연장한 데 이어 지난 6월에 종전 9월 30일에서 이달 31일로 3개월 추가 연장한 바 있다.
 
문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동결하고, 국채 등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당초 월 150억 달러보다 두 배 많은 월 3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내년 3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최근의 금융·외환시장 상황, 강화된 외화유동성 대응역량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639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 말의 40002억1000만 달러 보다 크게 늘었다. 외화보유액을 제외한 대외 채권도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외화유동성 규모도 충분하다.

반면,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글로벌 자금경색 등 긴급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 하고 있어 금융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외화자금 사정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내 외화자금시장의 외화부족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은 우리나라 대외지급의 최후 보루라는 점에서 위기국면과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면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보유액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외화보유액 이외에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적 수단, 즉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발생시 통화 스와프를 재 체결할 것인 만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 때 통화스와프가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충격이 있으면 재체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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