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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 맞선 中 '물량 공세'…韓 반도체 위협될까

등록 2022.07.26 12:23:00수정 2022.07.26 17: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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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성장 전략 재편…성숙 공정으로 투자 집중

업계 "경합 분야 달라"…추격세 만만찮아 예의주시

 【우한=신화/뉴시스】최근 ZTE(중싱통신) 사태로 미중간 기술격차가 드러난 가운데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자국 과학자들에게 기술발전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지난 4월 26일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2018.05.28

【우한=신화/뉴시스】최근 ZTE(중싱통신) 사태로 미중간 기술격차가 드러난 가운데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자국 과학자들에게 기술발전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지난 4월 26일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우한신신반도체(XMC) 제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2018.05.28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중국이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로 반도체 자립 노선이 막히자, 기술 장벽이 낮은 성숙(레거시) 공정으로 눈을 돌려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가장 큰 시장인데다 설계,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분야에서 제조 역량을 키우고 있어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외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통계를 인용해 중국이 오는 2024년까지 총 31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의 19개, 미국의 12개보다 공장 신설 속도가 빠른 것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물량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WSJ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 전략이 바뀌고 있음에 주목했다. WSJ은 "한국, 미국, 대만 등 국가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린 중국이 첨단 칩 대신 저가 칩 생산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접근방식을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위해 막대한 세제·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렸으나, 미국과 무역 갈등을 벌이며 난관에 부딪혔다. 반도체 관련 원천 기술, 지식재산권은 물론 설계 소프트웨어와 주요 생산 장비를 가장 많이 확보한 미국이 노골적으로 훼방으로 놓고 있어서다. 14나노 미만 미국산 장비와 소프트웨어·설계 등은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중국 기업에 공급하지 못한다. 또 7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네덜란드의 ASML 사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공급도 막았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10나노 미만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성숙 공정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와 무관하지 않다.

성숙 공정이라고 해서 해묵은 기술이라고만 해석하면 오해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비즈니스스트래티지(IBS)는 28나노 칩 수요가 오는 203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한 281억 달러(약 3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기술 자립화가 단기적으로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경합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게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메모리에 집중돼 있다. 특히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D램의 경우 한중간 기술격차가 5년 정도다. D램도 원가 절감과 성능 향상을 위해 EUV 장비 활용이 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이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낸드플래시도 기술격차가 많이 좁혀졌지만, 최근 들어 공급 과잉 우려로 신규 투자가 쉽지 않은 단계다.

또 업계에서는 중국 신공장 건립으로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계에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봤다. 장비 수급이 쉽지 않은 탓이다.

8인치 웨이퍼(실리콘 원판)을 사용해 반도체를 제작하는 8인치 파운드리 공정의 경우 2000년대 중반 12인치 웨이퍼의 등장으로 쇠퇴했다. 결국 장비 업체들도 8인치에서 12인치 웨이퍼에 맞춰 옮아갔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도 8인치 장비 수급이 어렵다는 점이 한몫한다. 중국이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반도체 업계의 전 세계적인 인력난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IBS는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28나노 칩의 40%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의 28나노 칩 세계 점유율은 15%를 기록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지난 2017년 13%에서 올해 26%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25년 반도체 자급율을 약 67%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은 전체 6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또 중국 팹리스(설계) 업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쌓아 한국을 위협 중이다.

미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피터 핸버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동맹들이 구형 반도체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국이 해당 분야의 공급망을 더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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