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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김유빈 "살로넨의 전화, 생일선물 같았죠"[문화人터뷰]

등록 2023.08.19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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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김유빈.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플루티스트 김유빈.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독일에서 7월3일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마침 제 생일이었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직접 '우리와 함께 일하자. 제안을 받아주겠느냐'고 하더군요. 큰 생일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플루티스트 김유빈(26)이 2016년부터 7년간 수석으로 몸담아온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떠나 2024년 1월부터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세계적 마에스트로 에사-페카 살로넨이 직접 전화를 걸어 그를 영입했다.

김유빈은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1위 없는 2위,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 1위, ARD 국제음악콩쿠르 1위라는 유례 없는 그랜드 슬램을 이뤄낸 플루티스트다. 지난해 ARD 우승으로 '3관왕'을 이뤄낸 후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Forbes 30 under 30 ASIA 2023)에 선정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유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플룻을 시작한 후 '플룻 신동'으로 불려왔다. 플룻을 처음 만난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됐을 때였어요. 저희 어머니가 플룻을 취미로 배우셨어요. 전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했었는데, 관악기는 안 해봤거든요. 처음 내뱉었던 숨과 악기를 잡았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플룻이 저에게 안기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그는 자신을 '노력형'이라고 평가했다. "음악에서는 재능과 노력이 모두 있어야 해죠. 처음 시작할 때는 재능을 타고 나 남들보다 좀 더 쉽게 연주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계속 발전해 나가고 빛을 내려면 노력해야 해죠.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저는 노력을 정말 엄청나게 했어요. 요즘도 하루 최소 4~5시간씩 연습을 합니다."

그는 예원학교 졸업 후 16세에 프랑스 유학을 떠나 리옹국립고등음악원에서 학사를,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석사를 마쳤고,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거쳤다. 2016년 19살의 나이에 독일 명문 악단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로 수석을 맡았고, 이듬해에는 종신 수석으로 발탁됐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이반 피셔, 미하엘 잔데를링, 정명훈 등 세계적 거장들과 호흡을 맞췄으며, 제네바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 등 국내외 저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활발한 협연∙독주 무대를 갖고 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플루티스트 김유빈.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에 간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몸 담은 것도 7년차죠. 물론 유럽은 클래식의 본고장이고, 배움은 끝이 없지만 가장 큰 클래식 시장인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살아보고 싶었던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존경해온 에사-페카 살로넨 음악감독도 결정의 이유가 됐습니다."

김유빈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지원했고, 지난 6월15~17일에는 세 차례에 걸쳐 객원수석으로 초청받아 정기 공연을 소화했다. 그리고 16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을 임용할 때는 대부분 마지막에 오디션같은 연주회를 해요. 함께 협업하며 연주회를 하면 짧은 시간이어도 어떤 사람인지, 인간성은 어떤지를 잘 볼 수 있잖아요. 당시에 매우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 에사-페카 살로넨이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며 격려해줬죠. 좋은 케미스트리가 나왔던 것 같아요."

김유빈은 "미국에서 음악활동을 안 해봤기 때문에 정말 기대가 크다"며 "새로운 나라, 대륙으로 가는 만큼 적응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독일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정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미국은 굉장한 스킬을 가진 연주자들이 너무 많다보니 테크닉적으로 굉장히 발달해있죠. 악단의 색도 많이 달라요. 제가 몸담았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밝으면서도 신선한 매력이 있다면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조금 더 단단하고, 강력하고, 남성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요."

김유빈은 플루티스트로서 관악의 힘을 보여주자는 목표를 갖고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클래식 연주자들은 사실 스스로를 위해 연주하고, 자신의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피나는 노력을 하고, 외로운 길을 걷지만 그 길을 함께해 주시는 관객분들이 계셔서 더 힘을 받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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