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감사원, 은성수 아들 병역기피 도운 전 서울병무청장 징계 요구(종합)

등록 2024.05.09 10:47:43수정 2024.05.09 12:30: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은성수 13차례 전화 청탁, 청장에 보고받기도

신분 숨기고 특허청 조사방해 직원 해임 요구

지자체 공무원 혈세 빼돌려 고가차·의류 구입

병무청 "감사결과 수용, 재발 방지 교육 철저"

[서울=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감사원이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아들의 병역 기피를 도운 혐의로 전직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수사 의뢰한 데 이어 징계를 요구했다. 은 전 위원장은 아들의 병역 기피를 위해 13차례에 걸쳐 전화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생 명의로 상표전문기관을 세워 영리행위를 하면서 특허청 조사를 방해해 온 특허청 서기관은 수사 의뢰와 함께 해임을 요구했다. 해당 회사의 등록도 취소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혈세를 횡령해 전남 고흥군과 제주 서귀포시, 경기도 소속 공무원 3명에 대해서는 해고·파면을 요구하고 대검찰정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의 '2023년 공직비리 기동감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특히 '감사자료분석시스템(BARON·바론)'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회계부정 의심 사례를 추출하고 감사 대상을 특정한 후 감사를 실시했다.

◇은성수 13차례 전화 청탁…전직 청장 처리 과정 보고까지

은 위원장 아들 은모(32)씨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2021년 9월11일까지 유학 목적으로 국외여행 기간연장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은씨는 2021년 9월30일과 11월18일에 '미국 영주권 신청'과 '영주권 인터뷰'를 이유로 허가기간 내 귀국하기 어렵다고 재차 국외여행 기간연장허가 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병무청은 이를 불허하고 2021년 11월20일까지 입국하도록 고지했다.

은씨는 기간 만료에도 귀국하지 않았고 서울지방병무청은 그 해 12월 은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은씨는 서울지방병무청에 부결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은씨의 아버지인 은 전 위원장은 당시 해당 업무를 맡던 C과장에게 한 달여간 13차례에 걸쳐 전화해 이의신청 인용과 고발 취하를 부탁했다. 당시 은 전 위원장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직에서 퇴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그러자 C과장은 당초 부결처분에 하자가 없고 병역의무부과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유로 실무자들이 이의신청 인용을 반대하는데도 은 전 위원장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검토보고서를 거짓 작성하고 청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검토보고서에는 사실과는 다르게 '영주권을 신청해 둔 상태에서 미국을 떠나면 영주권 신청 자체가 무효화되고 재입국할 수 없게 된다', '고발이 취하되지 않으면 미국으로 재출국이 불가능하다'고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영주권 신청 후 취득 전에 사전여행허가를 받으면 미국 출입이 가능하며, 고발된 자도 입영을 위한 가사정리 사유로 미국으로 재출국할 수 있다.

청장은 2022년 1월 C과장의 인용문서를 그대로 결재하고 고발을 취하해줬다. 일말의 과정을 은 전 위원장에게 상세히 전달하기도 했다.
 
은씨는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이 없었던 것처럼 됐고, 2022년 1월 '입영을 위한 가사정리' 사유로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국외이주 목적의 기간연장 허가를 받아 출국한 뒤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C과장과 청장이 은씨에게 재차 병역기피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병무행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은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참고자료를 넘겼다.

이어 이번에 병무청에 청장을 경징계 이상 징계를 요구하고 퇴직한 C과장에 대해서는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청장은 현재 병무청 본부 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은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을 잇따라 역임했으며 2021년 8월 금융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병무청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청장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외여행허가 담당자 교육과 업무 처리에도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문자메시지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2.10.12.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문자메시지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2.10.12. [email protected]


◇공무원 신분에 영리회사 차리고 근무시간 중 들락날락

특허청 서기관 H씨는 동생 명의로 상표조사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Ⅰ사를 세우고 특허청의 전문기관 등록 요건을 맞추기 위해 타 기관 우수 조사원을 직접 스카웃하고 사무실까지 차렸다. 근무시간 중 Ⅰ사 사무실에 수시로 드나들기 일쑤였다.

H씨는 2022년 4월 Ⅰ사의 특허청 전문기관 등록을 앞두고 Ⅰ사가 차명으로 설립됐다는 진정이 제기돼 특허청으로부터 자신과 Ⅰ사와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받자 이를 거부했다. 되레 Ⅰ사 대표와 주주를 상표조사분석사업과 관련 없는 사람들로 몰래 변경했다.

이후 H씨는 자신이 Ⅰ사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숨긴 채 특허청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3억9000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감사원은 H씨가 공무원 신분을 숨기고 특허청을 기망해 상표전문기관 등록 업무와 상표조사분석사업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하고 지난해 12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또 특허청에게 H씨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Ⅰ사의 전문기관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서류 조작에 상관 비밀번호 도용까지…혈세 빼돌려 고가 차·의류 구입

고흥군에서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던 공무원 X씨는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인건비를 참여한 것처럼 꾸며 인건비를 청구한 후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에는 자신과 자녀의 이름·계좌를 입력하는 수법으로 총 61차례에 걸쳐 3억3284만 원 가로챘다. X씨는 횡령한 돈을 신용카드 대금을 내거나 배우자의 고가차 구입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산림청 사업 회계를 담당하던 Y씨는 본인이 수행하지 않은 여비 등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한다거나 구입하지 않은 물품을 샀는 식으로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고 이를 '국가재정정보시스템(디브레인)'에 조작 등록했다. 이후 상관의 행정전자서명 인증서 비밀번호로 디브레인에 몰래 접속해 자신의 계좌로 세출예산을 지급하도록 하는 허위 내용이 기재된 지출 원인 행위서를 올려 스스로 결재하는 방법으로 총 52차례에 걸쳐 5472만 원을 횡령했다. Y씨는 본인 명의 계좌로 지급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횡령 사실을 부인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귀포시 소속 회계 담당자인 Z씨는 제주지방조달청에 지급하기로 결재받은 관급자재 대금을 e-호조에는 자신의 이름·계좌번호를 입력해 지급받는 방법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1208만 원을 빼돌려 의류 구입과 식사비 지출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그는 횡령 사실이 숨기기 위해 4차례(673만원)에 걸쳐 거짓으로 지출경비를 만들거나 경비 집행 시 횡령액만큼 부풀리기 위해 윈도우 그림판 등으로 서류를 변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