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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증도가자’ 보물 지정 부결, 조사단 의견

등록 2017.04.13 16:52:06수정 2017.04.13 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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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

【서울=뉴시스】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1.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의 쟁점사항과 조사단 의견

  연대측정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 집단 및 국민 참여 의견을 통해 제시된 연대측정과 분석 기관의 신뢰성, 먹의 진위, 분석의 통계 등과 관련한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음.

 1) 연대측정의 신뢰성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은 C-12의 이성체(異性體)인 방사성탄소(C-14)를 이용하여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임. 이는 1940년대 윌라드 리비(1960년 노벨상 수상)가 개발한 이래, 고고학 분야에서 표준적인 연대측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 그러나 탄소 효과(장기간의 지구적 변화, 화석 연료의 사용, 체르노빌 원전 등의 원자력 시설의 사고와 핵실험 등에 의한 C-14 변화), 태양의 흑점 활동으로 인한 변화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연대측정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신뢰성 있는 연대측정을 위해서는 가급적 충분한 시료의 수와 양을 확보하여, 신뢰성 있는 복수의 전문 연구 기관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음. 최종적인 연대의 해석은 연대측정 결과만으로 수행되어서는 안 되며, 다양한 과학적 증거 및 인문학적 해석을 종합하여 수행되어야 함.

 2) 분석기관의 신뢰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학교 기초과학공동기기원 및 파엘로라보 사 등 신청 활자의 연대측정에 참여한 해당 분석 기관들은 연대측정 분야에서 국내외의 대표적 기관들로서 다수의 과학적 성과와 다양한 유물에 대한 연대측정의 성과를 보유하고 있음. 또한, 이들 분석 기관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 시료를 이용한 검정 절차를 통해 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개괄적으로 인정됨.

 3) 분석과정의 적절성  

 -먹이 잔류하며 먹의 채취가 용이한 시료의 선정 및 채취 과정상의 문제를 확인하지 못함. 특히, 2014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실시한 4차 분석의 경우, 먹의 채취가 가능하였던 20개 활자의 선정과 이로부터의 먹의 채취와 분석 과정 전반에 대하여 명확히 기술되어 있으며 또한 표준적인 방법으로 수행되었다고 판단됨.

 4) 시료의 신뢰성  

 -(시료의 신뢰성) 교란되지 않은 토층에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유구에 붙어 있는 유물에서 추출된 시료가 신뢰성 있는 연대측정 대상이 되는데, 이번 먹 시료가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는지 불투명함.  

 -(시료의 오염 가능성) 먹 등의 유기 물질은 지하수나 침출수 등에 의하여 용해되거나 더 퇴적될 수도 있어서 동위원소 구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오염 가능성도 상존함. 1~4차에 걸친 연대측정의 연대 분포가 매우 크게 나타난 이유 중 하나로서 이러한 영향을 가정하여 볼 수도 있음.  

 -(시료의 수) 시료 수와 관련한 과학적 해석의 논쟁은 1) 충분한 시료의 개수를 확보하지 못한 분석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vs. 충분한 수량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고고학 유물의 특성상 분석에 있어 통계의 일반적인 요건을 요구할 수 있는가, 2) 시료 분석 조건이 충분하지 않은 시료(예, 시료의 양, 분석 기법상의 요구 조건에 미달하는 경우 등)의 분석 결과를 배제하여야 하는가? 3) 산포가 큰 분석 결과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4) 해당 연대 구간에 속하지 않은 분석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등이 있음.

 5) 먹의 진위 및 활자 연대의 일치성   

 -(먹의 진위) 지정조사단은, 신청 활자가 최초로 세상에 드러난 이후 문화재 지정 신청에 이르기까지의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여, 먹의 진위 또는 위조에 대한 단정적 언급을 할 수 없음. 연대측정 과정 중의 분석(제어) 파라미터는 통상의 경향을 보였음. 또한 연대 값의 분포가 자연스러운 흩어짐을 가지고 있음. 그러나 먹의 시대별 성분 분석 자료가 없고 제1~4차 분석에서도 성분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려시대의 먹이라고도 확정할 수 없음.  

 -(먹과 활자 연대의 일치성) 활자 인쇄의 경우 다량의 먹의 소비라는 측면을 고려해 보면 즉시성(먹의 생산과 사용 연대의 일치)이 있음. 먹의 제조에 사용된 식물(초목, 기름 등)의 연대에 의해 먹의 연대가 결정되므로, 먹의 연대와 활자의 연대 사이에 괴리가 있을 가능성도 있음. 또한 먹의 성분과 종류에 대한 분석 등을 포함한 먹의 시대성 분석이 수반되지 않아 먹의 연대와 활자 연대의 일치성에는 의문이 있음.

 2. 서체비교 분석 관련 문제 제기와 조사단 의견

 1) 비교 인본(印本)의 부적절  

 -(문제 제기) 속명의록(1772, 영조48, 壬辰字活字本)은 조선 후기의 복각본(復刻本)으로 비교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 1239년 번각(飜刻)된 인출본(印出本)과 비교하는 데 있어 목판 제작 시기, 복각(復刻)과 번각(飜刻)의 차이, 인출 상황(인출시기, 인출된 이후의 변화상 등)의 차이 등이 다르다. 고려시대 활자(흥덕사자), 금속활자본 직지, 번각본 자비도량참법집해와 비교가 필요하다.  

 -(조사단 의견) 서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일차적인 목적은 선행연구에서 막연하게 제시한 신청 활자와 번각본 증도가 글자의 유사도값이 어느 정도 되는 지에 대한 검토에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세 가지 분석 방법을 통하여 신청 활자의 유사도값과 번각본 '증도가' 글자와의 차이 등을 확인하다. 비교 자료로서 제시한 속명의록은 단순한 유사도값의 비교 자료가 아닌, 금속활자-금속활자본-복각본의 일반적인 변화 비율을 대조하기 위한 보완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2) 3D 복제 활자의 인출 불량  

 -(문제 제기) 부식 등 변화가 심한 부적절한 활자의 복제품을 통한 불완전하게 인출된 글자와 서체와의 비교는 아무런 의미 없다.

 -(조사단 의견) 신청 활자와 3D 복제 활자의 오차율은 측정 오차(0.002㎜)와 RP제작 오차를 포함하여 약 ±0.02㎜ 정도의 변화가 예상되는 매우 정밀한 장비로 제작되었다. 이는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의 3D 스캔 데이터 정밀도보다 훨씬 더 정밀한 것이다. 또한, 서체 비교시 서체의 이미지 중 오염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지 처리 방법으로 제거하였고, 복수 조사자의 교차 검증 이후 중첩 시험하였다.

 3) 유의미한 수준의 모호성

 -(문제 제기) 계미자(1403), 경자자(1420), 계축자(1493), 현종실록자(1677) 중 동일한 책의 주자본과 복각본이 있고 서체유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계축자와 현종실록자만 비교해도 임진자에 비해 유사도가 높지 않다. 또한, 증도가자는 다른 활자본과 복각본의 서체 유사도에 비하면 높은 수치이다. 임진자의 평균치보다 높은 유사도를 보인 활자가 11자, 초주갑인자보다 높은 유사도를 보인 활자가 28자이다.  

 -(조사단 의견) 유의미한 수준이란 통계적 유의성을 의미한다. 신청 활자와 번각본 증도가의 유사도는 임진자와 그 복각본과의 유사도와 비교할 때 모집단의 분포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4) 자형(字形)과 서체의 유사성이 분명  

 -(문제 제기) 증도가 활자와 번각본 글씨의 자형과 서풍이 동일하다. 시기적으로 비교하기에 적합한 여말선초 금속활자본(흥덕사자, 계미자, 경자자, 갑인자)과 비교할 때, 타 금속활자본과는 확연히 다른 증도가자에서만 나타나는 이체자 등 특징이 있어 활자와 번각본의 유기적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단 의견) 신청 활자는 서체의 특징으로 보아 북조의 사경과 초당의 서풍 또는 고려의 재조대장경, 사간본의 서체와 유사하다. 다만, 완전한 일치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5) 동국이상국집과의 비교 제외  

 -(문제 제기) 주자본과 번각본 비교시 증도가자로 찍었다고 추정되는 동국이상국집의 비교는 필수적이었음에도 제외하였고, 최상의 인본을 선정하여 비교하여 수치화한 점, 목판 번각본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번각본의 재번각, 번각본 초쇄와 후쇄 등)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결과에 나타난 수치로 잘못 해석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조사단 의견) 동국이상국집을 활자본으로 찍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활자본도 남아 있지 않다.

 3. 주조 방법 검증 관련 문제 제기와 조사단 의견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 등에서 신청 활자가 상하 분할한 모형을 사용하여 사형에 의한 분리주조법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조사단에서는 동 활자가 밀랍주조법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하였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활자의 뒷면이 평평한 것이 없고 홈의 모양이나 깊이가 다르고 홈면이나 활자 옆면이 평활하지 않은 것 등으로 볼 때 목형(父字)을 활용한 사형주조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가공이 용이한 밀랍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홈형 활자 가운데 사형주조법으로 만들었을 때는 목형을 발취(拔取)할 수 없는 활자들이 존재한다. 

 -홈날개형과 네다리형 활자의 경우 글자 부분과 다리 부분을 별도로 만들어 붙여서 하나의 왁스모형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사형주조법으로는 모형을 만들기도 어렵고 발취하기도 어렵다.

 -선행연구에서는 밀랍주조법으로 활자를 만들 경우 글자체가 동일한 활자를 만들 수 없으며, 신청 활자 가운데 동일한 글자가 존재하므로 사형주조법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밀랍판에 한 개의 글자만 만들지 않고 원형(原型, master pattern, die,금형)을 만들어 밀랍을 녹여 원형에 주조하면 동일한 글자와 동일한 크기의 활자를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밀랍주조에서는 동일한 글자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밀랍주조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선행연구에서 동일한 부자를 사용하여 사형주조법으로 홈형과 홈날개형을 만드는 방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증명하지 못하였다.

 -선행 연구에서 신청 활자가 상하 분리된 부자로 제작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실험 결과 상하가 나누어진 부자를 사용할 경우 상하가 어긋나 활자로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이론적으로도 작은 금속활자의 모형을 분할할 필요가 없으며, 분할한 모형을 서로 연결시키는 핀을 설치할 수 없다.

 -선행연구에서 사용한 상하 분리주조(分離鑄造)라는 용어는 목형을 분할하여 상형과 하형을 각각 조형하는 분할형 모형(split pattern)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금속활자와 같이 소형제품의 모형을 분할하여 상하형을 각각 조형한 후에 발취하고 상하형 주형을 어긋나지 않게 합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금속활자를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동시에 주조하는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4. 조판 검증 관련 문제 제기와 조사단 의견

1) 번각본의 광곽 크기 축소 가능성

 -(검증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 번각본 증도가는 인쇄시기에 따라 1~2㎝의 오차가 있으므로 현재의 번각본 조판 크기로 실험한 것은 오류이다.

 -(조사단 의견) 증도가 활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번각본이 활자본과 거의 같다는 것이 이 논의와 실험의 전제가 되어야 하므로 지정조사단의 실험은 적절히 이루어졌다. 비교 대상인 속명의록(續明義錄)의 경우에서 보듯이 번각본이 원본과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증도가 번각본이 활자본에 비해 크기가 줄었다는 증거도 없다. 증도가 기초학술조사연구 등 선행 연구에서도 지정조사단의 실험과 동일한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였고 오차율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 번각본이 1~2㎝의 오차가 있다는 막연한 논리로 지정조사단의 실험 결과를 오류라고 말할 수 없다.

 ) 조판 조건의 부적절성

 -(검증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 고려 시대의 조판 방법에 대한 관련 기록과 문헌이 없는 상태에서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증도가 조판의 실증적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한 판에 해당되는 글자가 모두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번각본의 글자로 활자 크기를 추정하여 복원한 것은 잘못이다. 3차원 입체(3D) 프린터로 복제한 활자와 실리콘 틀 복제품을 부자(父字:模型, 어미자)로 사용하여 주조된 활자를 이용하여 조판한 것은 부적절하다.

 -(조사단 의견) 고려 시대 조판 방법에 대한 기록이 없고, 한판에 들어가는 활자가 모두 발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선행연구에서 먼저 복원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복원한 홈형 및 홈날개형 활자를 인본에 배열했을 때 글자의 크기와 서체 등이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정조사단은 이러한 선행 연구의 결론에 타당성이 부족하고 검증 과정도 정밀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추가 검증을 진행하였다. 한 판에 해당하는 글자가 모두 발견되지 않았고, 이 활자로 찍은 책의 번각본이 원본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지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활자와 번각본의 크기의 평균 수치로 실험을 진행한 것은 최선의 방법이다. 활자는 어떤 위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같은 글자라면 기본적으로 어디에 배치해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더욱이 주물사주조법으로 만들어져서 父字가 같다면 활자의 형태도 같아야 하므로 활자의 크기가 상이하여 임의의 활자들이 조판면에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은 이율배반이다. 지정조사단의 조판 실험은 선행 연구에서 이미 행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 3D 프린트를 이용해서 복원한 활자와 신청 활자의 오차범위는 ±0.01~0.02㎜로 실험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3) 기타

 -조판 검증 대상에 동국이상국집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동국이상국집을 활자본으로 찍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활자본도 남아 있지 않다.

 -혼합 조판의 부적절성에 대해  

 지정조사단은 네다리 활자를 제외한 홈형과 홈날개형으로 혼합 조판을 시행하였다. 지정 신청 시 홈형과 홈날개형이 모두 증도가자이며, 글자체도 같다고 주장했으며, 선행 연구에서도 혼합 조판을 시행하였다. 홈형과 홈날개형을 각각 조판했을 때는 글자가 부족하여 조판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으므로, 번각본 증도가와 같은 글자의 순서로 최대한 맞추어 조판하기 위해 혼합 조판을 시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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