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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K리그의 몰락, 예고된 참패

등록 2017.05.11 11: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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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6차전 FC 서울(한국)과 우라와 레즈(일본)의 경기, 서울 황선홍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7.05.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아시아 정상 등극에 도전했던 K리그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제주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FC서울, 울산 현대, 수원 삼성은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주저 앉았다.

 아쉬운 결과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지난해 ACL 챔피언 전북 현대가 K리그 클래식에서 '심판 매수'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올해 ACL 출전이 좌절되면서 흔들렸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4위를 차지한 울산은 전북의 출전 불발로 올해 대회에 참가했다. 울산은 전지훈련 도중 이 같은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키치SC(홍콩)와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한 울산은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정작 본선에선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다.

 조별리그 1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했다. 홈에서 열린 2차전 브리즈번 로어(호주)를 상대로 6-0 대승을 거두며 살아나는 듯 싶었지만 여기까지였다.

 이후 울산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던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가시마와의 홈경기에서 0-4 대패를 당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10일 열린 브리즈번 원정 최종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만족해야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FC서울은 더욱 참담했다. F조에 속한 서울은 조별리그 1~3차전에서 우라와 레즈(일본), 상하이 상강(중국), 웨스턴 시드니(호주)에 연달아 패하면서 쉽게 살아나지 못했다.

【서귀포=뉴시스】김선웅 기자 =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제주 유나이티드FC와 장쑤 쑤닝의 경기, 제주 황일수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7.02.22.  mangusta@newsis.com

 4차전 시드니 원정에서 첫 승을 기록했지만 이미 늦었다. 서울이 3연패에 빠져있을 때 우라와와 상하이는 차곡차곡 승점을 쌓으며 달아났다.

 지난 시즌 클래식에서 창단 후 첫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한 수원은 FA컵 우승의 기운을 ACL로 이어가지 못했다.

 4차전까지 무패행진(2승2무)을 달리며 한때 조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5, 6차전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5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을 상대로 무승부만 거뒀어도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승리의 여신은 수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골 결정력 부족에 울었고 16강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최종전에서는 오심의 피해자로 꿈을 접어야했다.

 서울, 울산, 수원이 허우적 거릴때 제주는 K리그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시즌 클래식 3위를 차지한 제주는 당초 이번 대회에서 E조에 편성됐지만 전북 사태로 H조로 자리를 옮겼다.

 장쑤 쑤닝(중국), 감바 오사카(일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와 함께 한조에 묶인 제주는 1차전 장쑤전에서 일격을 당했고 감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반전에 나섰지만 3차전과 4차전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16강 진출이 불투명했다.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25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염기훈이 상대선수의 테클을 피하고 있다. 2017.04.25.  ppljs@newsis.com

 하지만 5차전 장쑤 원정경기와 감바와의 최종전에서 2연승을 챙겼고, 3승1무2패(승점 10) 조 2위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K리그가 속한 동아시아 16강 진출 팀(8팀)을 보면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클럽 팀들의 상승세는 여전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상하이 상강, 광저우 에버그란데, 장쑤 쑤닝 등 강팀들이 이변 없이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본 J리그의 약진이다. 최근 몇 년간 J리그는 ACL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가시마 앤틀러스, 우라와레즈, 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3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태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무앙통 유나티이드도 돌풍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강호로 군림했던 K리그는 투자 대비 고효율 성과를 내면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제 위기 여파로 각 구단들이 투자에 난색을 표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제주가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제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7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베테랑 중앙수비수 조용형을 비롯해 멘디, 마그노, 알렉스, 김원일, 진성욱, 이창근, 박진포, 이찬동 등 전 포지션에서 골고른 선수 영입을 통해 더블 스쿼드를 구성했다.

 이 같은 투자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고, ACL 조별리그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물론 돈이 곧 성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투자는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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