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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로 욕구 충족되면 결혼 뭐하러?…의무만 늘어 싫어"

등록 2018.11.11 13:30:00수정 2018.11.20 0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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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살 수 있다' 56.4%나

'결혼을 해야 한다' 8년 간 64.7%→48.1%로

"동거로 같이 살고 싶은 욕구 충족되면 충분"

"결혼은 집 장만 등 여러 조건들도 큰 부담"

"집안일 의무만 얹혀질 뿐…특히 여성에 손해"

"동거는 혼자만의 일…결혼은 외부 평가 수반"

전문가 "미혼·저출산 지속…정책적 대안 필요"

"가정과 일 이중 부담 가속화…국가 응답해야"

"동거로 욕구 충족되면 결혼 뭐하러?…의무만 늘어 싫어"

【서울=뉴시스】김지은 김제이 기자 = "결혼 제도의 좋은 점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온갖 가족 행사 늘어나고 의무감만 많아질 뿐이잖아요. 그냥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걸로 좋은 점은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 이모(28)씨는 대학 시절부터 꿈꿨던 '이른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동거를 통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지내고 싶은 욕구가 충족됐기 때문에 제도에 목매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원 신모(25)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신씨는 "결혼이라는 인위적인 제도는 낙오자를 만들 수 있다"며 "동거는 그래서 합리적이고, 결혼과 비슷한 삶을 경험해 볼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동거와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남녀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남자가 58.9%, 여자가 53.9%로 평균 56.4%였다.

2년 주기로 실시하는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이 부분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 40.5%, 2012년 45.9%, 2014년 46.6%, 2016년 48.0%였고, 올해는 직전 조사 대비 8.4%p나 증가하며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이다.

반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줄고 있다. 2010년에는 64.7%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절반 아래인 48.1%에 그쳤다.

특히 남자(52.8%)보다 여자(43.5%)의 비율이 더 낮은 점이 눈에 띈다.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이다.

취업준비생인 여성 김모(25)씨는 "여성 입장에서는 결혼해서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보수적인 의무만 얹혀질 뿐 전혀 이득이 될 게 없는 거래"라며 "좋은 남자를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이고 대부분 구시대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동거로 욕구 충족되면 결혼 뭐하러?…의무만 늘어 싫어"


회사원 오모(32)씨 또한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세웠던 목표를 포기하고 주부로의 의무에 갇힌다. 행복해보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어차피 같이 살고 싶고 보고 싶다는 정도의 목적이라면 그냥 함께 살기만 해도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서 살기에는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 등 금전적인 문제도 원인으로 꼽혔다.

정모(30)씨는 "동거는 혼자 살던 집에 한 명 더 끼어서 함께 지낸다는 느낌이라면, 결혼은 집도 새로 사야 하고 외부적으로 보이는 조건들을 다 갖춰야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 부담이 크다"면서 "동거는 누구한테 드러내지 않아도 되지만 결혼은 '저 사람이 어떻게 산다'는 걸 남에게 평가받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이모(24)씨 또한 "주거나 아이 양육에 대한 문제들이 모두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며 "결혼을 한다면 마땅히 갖춰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장만할 여력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쉬운 조건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그저 젊은 세대들의 생각일뿐이라고 치부하기보다 사회가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거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나 감성이 10대에서부터 발견됐다는 게 놀랍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향후 미혼이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여성들은 가정과 일에서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 남자들이 가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것을 봐도 사회가 독립적인 존재로서 여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가속화될 것이고 이런 여성들의 시선에 국가와 사회가 응답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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