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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 정우영 "고비는 온다, 그래도 자신있다"

등록 2019.04.20 1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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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정우영

LG 트윈스 정우영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고비는 올 거예요."

위기를 예상하면서도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언젠가 닥칠 고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단 의미다.

LG 트윈스 정우영(20)은 시즌 초반 가장 돋보이는 신인이다. 강남중-서울고를 졸업한 정우영은 2019 2차 2라운드 15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뒤 일찌감치 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19일까지 12경기에서 17⅓이닝을 던지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0.52를 기록하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0.69에 그친다.

수장의 예상도 뛰어 넘는 빠른 1군 무대 안착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처음 봤을 때 던지는 그림이 좋았다. 잘하면 1군 중간 투수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해주고 있다. 이제 스무살인 선수가 1군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던진다는 게 좋다"며 흐뭇해했다.

주변에선 칭찬이 쏟아진다. 정작 정우영은 "한두 경기는 못 던지지 않았나. 신인 치고는 잘 던지고 있으니 좋게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다. 더 잘 해야 한다"며 만족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를 낮추고 있지만, 팀에선 이미 핵심 전력이 됐다. 마운드에 서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16~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첫 3연투를 했다. 16일 첫 블론세이브를 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18일에는 2이닝 무실점을 책임졌다.

연투에 대한 부담은 없다. "많이 나가는 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힘들다고 하면 힘들겠지만, 나는 계속 나가고 싶다. 팀을 위해서도 던지고 싶고, 1군에서 던진다는 것도 좋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폭투와 보크로 첫 실점을 하며 패배를 떠안았지만, 금세 훌훌 털었다. 정우영은 "내가 우울해 하니 형들이 '아직 120경기가 남았다. 올 시즌의 일부일 뿐이다.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라'고 하시더라"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나도 바로 잊어 버렸다"고 말했다.

넘치는 자신감을 무기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정우영은 "코치님들이 '결과는 내가 아니라 타자가 짓는 거다.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마운드에서 네 공을 던지면 된다'고 하시더라. 그게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배짱투에 좋은 결과도 이어진다. "장타를 많이 맞지 않고 있다. 프로에 와서 공이 더 좋아진 것 같아서 신기하다"며 미소지었다.

시즌은 길다. 어려움은 언제든 더 올 수 있다. 정우영은 "신인이다 보니 타자들이 생소해서 못 치는 것 같다. (분석을 당하면) 고비는 올 것이다"고 짚었다. "고비가 와도 자신은 항상 있다. 상대팀들은 나를 분석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상대팀을 분석하고 있다. 준비를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고 여유를 보였다.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해 몸 관리에도 더 신경을 쓴다. "체력이 관건인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지면 공 구위도 떨어질 수 있다. 코치님들이 관리를 잘 해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자리다. 신인왕 경쟁이 벌어진다면 보직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력'으로 이겨낼 자신이 있다. 정우영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솔직히 현재까지는 나보다 잘 던지는 신인 선수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선발이 신인왕에 유리하긴 하지만, 나도 이대로 계속 던진다면 괜찮지 않을까. 지금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LG 트윈스 정우영은 모자 안쪽에 '희생'을 써넣었다.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LG 트윈스 정우영은 모자 안쪽에 '희생'을 써넣었다.


신인왕 보다 그의 마음에 더 크게 자리잡은 게 있다.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부터 '팀'을 가장 깊게 새겼다. 그의 모자 안쪽에도 '희생하라, 초심, 자신감, 팀을 위해, 배짱, 멘탈, 희생'을 빼곡하게 써넣었다. 그는 "팀의 가을야구가 첫 번째다. 불펜 투수이니 홀드왕이나 신인왕도 받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원팀이다. 팀 성적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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