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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아니스트 윤홍천 “슈만의 감정, 편하게 내게로”

등록 2019.06.06 13: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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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틀 ‘비엔나의 저녁’

예술의전당-통영국제음악당-광주유스퀘어문화관

윤홍천 ⓒ봄아트프로젝트

윤홍천 ⓒ봄아트프로젝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 윤홍천(37)은 한 달에 한 번씩 섬에 간다. 거주 중인 독일 뮌헨 인근 킴제 호수에서 20분가량 배를 타고 들어간다.

알프스 산맥이 훤히 내다보이는 그곳에서 ‘섬 콘서트’(Insel Konzert)를 펼친다. 그를 포함한 일곱 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뭉쳤다.

윤홍천은 음악감독 격이다. 이 콘서트의 일흔 다섯살 기획자가 은퇴하면서 윤홍천에게 자신이 하던 일을 넘겼다. “섬에 들어가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귀 기울여서 듣게 되는 순간이죠.”

윤홍천의 연주는 섬처럼 마음에 두둥실 떠서 머문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통하는 그답다. 연주뿐만 아니라, 언변도 부드럽다.

윤홍천이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시(詩)를 연상케 하는 리사이틀 ‘비엔나의 저녁’을 연다. 9일 통영국제음악당, 13일 광주유스퀘어문화관으로 이어지는 연주회다.

클라라 슈만(1819~1896)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녀와 남편인 로베르트 슈만(1810~1856), 이들 부부를 둘러싼 작곡가들인 프란츠 슈베르트, 프란츠 리스트 등의 곡들을 들려준다.

윤홍천은 지난해 10월 소니 인터내셔널을 통해 발매한 독주 앨범에 슈만과 슈베르트 등 낭만파 작곡가들의 곡을 담았다. 이번 연주회 역시 낭만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독일로 유학을 떠난 윤홍천이 처음 여행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다. 수백 년간 수없이 많은 음악가들의 터전이었던 도시를 빨리 경험해보고 싶었다.

1838년 슈만은 스물여덟살에 빈을 찾았다. 슈만의 빈 체류는 좌절과 실망 속에 6개월 만에 끝이 났다.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슈만의 이 시기는 윤홍천이 음반을 구성하는데 영감을 줬다.

“슈만이 빈에서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는 것을 생각했어요. 슈만이 빈에 6개월간 머물며 슈베르트의 곡을 많이 배우게 됐거든요. 살롱 음악회에서 슈베르트의 곡을 듣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음반을 만들었죠. 슈만의 감정이 너무 편안하게 다가와 내가 ‘로맨티시스트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하하.”

윤홍천은 열여섯살 때 미국 보스턴에서 벤저민 잰더(80)가 지휘하는 보스턴 유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던 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며 세계무대에 데뷔했다.

뮌헨 필 음악감독을 지낸 거장 지휘자 로린 마젤(1930~2014)이 생전 마지막으로 점 찍은 인재이기도 했다. 2016년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60) 등과 함께 낸 실내악 앨범 ‘모차르트 위드 프렌즈’가 독일 에코클래식상을 받으며 ‘모차르트 전문 연주자’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인터뷰]피아니스트 윤홍천 “슈만의 감정, 편하게 내게로”

뮌헨에서 머물며 유럽을 무대로 활약하는 윤홍천은 현지에서 외국 아티스트라고 반응할 때 깜짝 놀란다고 했다. “한국 피아니스트지만 유럽에서 유럽의 17~21세기 곡을 주로 연주하잖아요. 스스로는 카테고리를 나누지 않는데, 그런 수식을 받을 때는 낯설죠”라고 했다.
 
윤홍천에게 언제나 따라 붙는 질문 중 하나는 콩쿠르다. 2009년 미국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것이 주요 콩쿠르 이력이다.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주요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부각되는 것과는 다른 궤적을 걸어왔다.

이후 연주 자체에만 몰두, 이름을 조금씩 알려왔다. 윤홍천은 “스무살에 저를 찾아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에 맞춰서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콩쿠르 시스템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연주를 만드는 것이에요. 거기에 맞는 음악가들도 있죠. 그 사람의 음악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안 맞는 것 같아요. 지금도 더 재미있게 연주하고 있고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풀어내는 자유가 생겼죠. 콩쿠르 1위가 아닌, 음악을 기억하는 세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윤홍천은 내년 2월 독일 함부르크의 세계적인 공연장 엘프 필하모니에서 독주회를 여는 등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런 그가 다음에 탐구하고 싶어하는 작곡가는 라벨과 바흐다.

“라벨의 거울 곡을 연주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바흐는 평생 해야 하는데 작년 3월 ‘골든베르크’를 처음으로 연주했어요. 전에는 바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는데 연주하면서 너무 좋았어요. 요즘 듣는 곡은 마태수난곡이에요. 제게 뼈와 살이 돼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피아노 시인은, 음악이라는 시감(詩感) 앞에서 한 없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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