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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총선에도 불투명해진 네타냐후 연임…서안지구 운명은?

등록 2019.09.18 09:46:40수정 2019.09.18 09: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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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대아랍 강경발언, 아랍계 투표율 상승 역할해

집권 리쿠드당, 중도보수 카홀라반에 제1당 자리 빼앗길 수도

강경보수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당 리에베르만, 킹메이커 역할할 듯

 【예루살렘=AP/뉴시스】 이스라엘 총선이 5개월만에 다시 실시된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부인 사라 여사와 함께 예루살렘 투표소에 투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 9. 17. 

【예루살렘=AP/뉴시스】C 다시 실시된 17일 베냐민 네7사와 함께 예루살렘 투표소에 투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 9. 17.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선 재선거 출구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5번째 총리직 연임이 불투명해지면서 이스라엘의 대외전략 수정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와 공존보다는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유대 민족주의'를 내세워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1996~1999년, 2009~2019년)가 됐다. 그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을 공언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시리아·이라크·레바논내 친(親)이란 민병대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감행하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다.

하지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대아랍 강경 발언은 오히려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올렸다.

이스라엘 주요 3개 방송사가 각각 발표한 재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30~32석)은 베니 간츠 전 육군 참모총장이 주도하는 중도보수연합 카홀라반(청백·32~35석)에게 제1당 지위를 내주거나 동석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리쿠드당이 이끄는 우파연합(이스라엘은 우리의 집 제외)과 카홀라반 모두 연정 구성에 필요한 크네세트(의회) 과반 의석(전체 120석 중 61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선거 이후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터로 8~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속주의 성향의 강경 보수정당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이 지목되지만 아랍계 정당도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비유대인 또는 아랍인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고 공존을 주장하는 아랍계 정당연합 '공동명단(Joint List)'는 이번 재선거에서 의석을 최대 15석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간츠 대표가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과 공동명단을 끌어들인다면 의석이 최대 67석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네타냐후 총리를 제치고 연정 구성권을 거머쥘 수도 있다.

그간 아랍계 정당은 유대계 정당의 반대로 연정 구성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재선거에서 존재감을 키운 공동명단은 카홀라반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간츠 대표는 지난 총선과 이번 재선거에서 노동계와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며 팔레스타인 또는 아랍 강경 발언을 피해왔다. 다만 카홀라반도 아랍계 정당을 연정 상대에서 배제해왔다.

아이만 오데 공동명단 대표는 출구조사 직후 TOI에 "네타냐후의 강경발언이 아랍계 커뮤니티의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면서 "간츠 대표가 오늘 밤 전화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랍계 정당이 연정에 참여하면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은 온건해질 가능성이 크다.

간츠 대표는 서안지구 합병 등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바 없다. 반면 이스라엘의 우리의 집 수장인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하마스와 휴전에 항의해 장관직에서 사임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안지구 합병 보다는 아랍계가 다수인 이스라엘 특정 지역과 서안지구 등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착촌을 맞바꾸는 협약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재선거 전후 연설에서 리쿠드당과 카홀라반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정부만 동참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어 간츠 대표가 주도하는 연정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주도 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보수적인 정당 색채 등을 고려하면 하레디 병역의무 부과 등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연정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거머쥐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5선 연임에 성공하면 그간 공언한 바대로 헤브론과 요르단강 밸리 등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에 돌입하면서 중동 지역 분쟁이 격화될 수도 있다.

서안지구는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당시 동예루살렘, 가지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영토로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했고,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정착촌을 확대해 40만명 가량을 이주시켰다. 정착촌 면적은 요르단강 서안 전체 면적의 60%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서안지구 합병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1993년 체결한 오슬로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양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점령지를 반환해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설립케 하는 대신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하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에 합의했다.

서안지구 합병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 종식을 위해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에도 위배된다. 두 국가 해법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에서 떼어내 팔레스타인 국가로 독립시켜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자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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