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라운드]김평호 코치, 도쿄돔에서 '부자상봉'한 사연
【도쿄(일본)=김주희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 김평호(왼쪽) 코치와 아들 빛샘씨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슈퍼라운드 1차전을 앞두고 '깜짝' 만남을 가졌다.
김평호(56) 한국 야구대표팀 코치의 고운 눈길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누군가'에게 향했다. 대표팀의 타격 훈련을 보기 위해 이내 시선을 거둬들였지만, 김 코치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김 코치를 웃게 한 이는 아들 김빛샘(28)씨다.
지난 11일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슈퍼라운드 1차전이 펼쳐진 일본 도쿄돔에서 부자 상봉이 이뤄졌다.
사실 두 부자는 한국이 속한 C조의 예선라운드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도 잠시 만났다. 김빛샘씨가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WBSC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아들이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정식 직원은 아니고, 인턴으로 있다"며 "고척에서도 만났는데, 오늘도 훈련 전에 잠깐 봤다"고 말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만큼, 잠시 얼굴을 보는 게 전부다.
대표팀의 전력분석을 총괄하고 있는 김 코치는 대표팀 선수들은 물론 상대팀 선수들까지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날도 경기를 앞두고 미국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꼼꼼하게 지켜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빛샘씨는 계속해서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며 일하기 바빴다.
별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같은 일터에서 부자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건 특별한 느낌을 준다. 어리게만 보였던 아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대견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김 코치는 "아들이 어느 부서 일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며 무심한 듯 말했지만 "원래 스페인어를 전공했다. 영어는 기본으로 한다"며 은근한 자식자랑으로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야구장에서 보니 아들이 더 자랑스럽다"며 흐뭇한 마음도 드러냈다.
아버지를 보며 야구를 좋아하게 된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 김 코치는 "빛샘이는 인턴이 끝나면 (WBSC의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으로 갈 것 같다. 그쪽에서 근무를 하라고 제안을 받았다더라"고 말했다.
평생을 야구장에서 지낸 아버지가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아들에게 해준 조언은 "궂은 일도 열심히 해라"다. 김 코치는 "나는 야구장에서 오래있었지만, 아들은 야구를 좋아해도 직접 하진 못했다. 밑바닥부터, 궂은 일부터 나서서 많이 하라고 이야기를 해줬다"며 꿈을 펼치기 시작한 아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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