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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와 이색적인 이야기…소설 '디저트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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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9-09 10:19:04  |  수정 2016-12-28 13: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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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디저트 월드/ 김이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어느 날부터 주인공 ‘미스터 L’에게 ‘검은 구멍’이 보이기 시작한다. 병원에 가봐도 손쓸 수 없다. 점점 커지는 구멍 탓에 생각도 기억도 할 수 없게 될 무렵, 구멍 속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고 토끼 가면을 쓴 남자 하나가 튀어나온다. ‘미스터 L’의 운명은 꼬여간다.

 매년 토끼 가면이 눈에 띄지 않는 핼러윈에 ‘높은 곳’에서 ‘낮은 곳’(디저트 월드)을 찾는 토끼 남자는 ‘미스터 L’에게 맛있는 디저트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요구한다. ‘미스터 L’의 수명 연장이 그 대가다. ‘미스터 L’은 토끼 남자의 “내년 핼러윈까지 건강히 지내”라는 안부 인사를 들은 뒤에야 나머지 364일을 ‘살아 있는’ 상태로 버틸 수 있다.

 장르의 한계를 넘어 ‘이야기’로서의 소설에 주목해온 김이환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2014년 초겨울까지 두 계절에 걸쳐 문학과지성사 블로그에 연재됐던 작품을 묶었다.

 소설 속 ‘미스터 L’은 살아남기 위해 이야기를 내준다. 새로 이사 간 집이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라든지, 난파됐을 때 바다거북수프인 줄 알고 먹었던 것이 알고 보니 사람 고기수프였다는 등 ‘도시 괴담’ 류의 이야기들이다. 주인공은 이야기의 허점을 파고드는 토끼 남자에 맞서 거짓말로 이야기를 짜내는 등 최소 7년 이상의 세월을 견딘다. 그리고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사람들은 말이야, 나를 만나면 현실의 존재가 아니라고 자기들 멋대로 결론 내려. 환상이나 착각 같은 걸로 알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지. 토끼 탈을 쓴 남자를 만났을 리가 없다고 믿어버려.”(227쪽)

 은유로 가득 찬 소설이다. 독자는 작가가 적재적소에 배치한 수수께끼를 나름으로 해독하며 작가의 의도를 넘어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김이환 특유의 현실과 허구, 실재와 소설의 모호한 경계가 돋보이는 것도 이 지점이다.

 시공간을 섞고 확장해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의 본명인 찰스 도지슨의 일화를 대화에 집어넣는 등 해당 작품에 영향을 받았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말에 “글을 쓰는 동안 카페를 돌아다니며 많은 디저트를 먹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 역시 디저트를 먹듯이 부담 없고 재미있는, 그리고 이색적인 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곳곳에 삽입된 일러스트레이터 이지은의 일러스트가 ‘몽블랑’ ‘당근케이크’ ‘마카롱’ ‘자허토르테’ ‘오렌지쿠키’ ‘레드벨벳컵케이크’ ‘라즈베리타르트’ 등 일곱 개의 디저트 이름으로 분류된 이야기에 맛을 더한다.

 오제일 기자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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