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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기획]①"CCTV가 대책?"…부모들 "정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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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1-26 08:59:08  |  수정 2016-12-28 14: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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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차성민 기자 = 인천지역 어린이집에서 '원생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6시 인천시 남동구 푸른숲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뛰어돌고 있다. 2015.01.22  csm77@newsis.com
【인천=뉴시스】차성민 기자 = 최근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사건 등으로 촉발된 아동학대 사건의 본질은 부실한 제도와 관리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3월부터 전국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정부는 CCTV 설치를 어린이집 폭행 사건의 대책으로 내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이 발생한 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미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뉴시스는 '제2의 송도 어린이집' 사건을 막기 위해 '아동 학대' 원인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4회로 나눠 싣는다. 

 21일 오후 6시, 인천 남동구의 '푸른숲 어린이집'은 학부모들로 붐볐다.

 이 곳 어린이집 학부모의 대다수는 '맞벌이 부부'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고 있지만, 혼자만의 돈벌이로 육아까지 부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생겼다고 '육아휴직'을 허락해주는 회사도 그리 많지 않다.

 맞벌이는 일상이 됐고, 육아는 부모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타인의 손에 맡기고 있는 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내 아이 한명도 돌보기가 어려운데,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이 최근 '죄인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CCTV가 아니라 사람을 걸러주지 못하는 시스템"

 이곳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윤교(37)씨는 "정부의 대책은 한마디로 CCTV로 감시하고 개인적 일탈을 한 교사는 처벌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 어린이집에는 CCTV가 없는데, 그럼 여기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특히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육아를 하다가 가끔은 욱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컨트롤하기 힘들다"며 "남의 아이를 봐주는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다. 이를 걸러줄 수 있는 게 시스템이다. 현재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정부의 무책임한 책임 떠넘기기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CCTV 의무 설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런다고 사람이 걸러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일하는 곳에 CCTV를 달고 감시한다고 생각해보면 답답하고 더 폐쇄적으로 변할것 같다. 정부가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더 부끄럽다"고 말했다.

 민간 어린이집의 폐쇄성도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았다.

 김씨는 "민간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곳은 어린이집 내부도, 교실도 학부모에 개방하기를 꺼렸다"면서 "이런 폐쇄성으로 결국 1년을 기다려 공립 어린이집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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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아동학대근절과 안심보육대책 TF(태스크포스)위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에 위치한 하나 푸르니 신길어린이집을 방문한 가운데 어린이집의 한 교실에 CCTV카메라가 천정에 달려 있다. 2015.01.16.    photo@newsis.com
 ◇ "보육교사 월급 듣고서 깜짝 놀랐다"

 학부모 이덕재(41)씨도 아동 폭행 영상을 보고는 할말을 잃었다.

 충격적인 장면이 여과없이 자극적으로 보도가 된 탓이다. 하지만 그는 보육교사를 탓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이 얼마나 힘든 역할을 하는 지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불행한 일이 보육교사 한명의 일탈로 마무리 될 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씨는 얼마전 어린이집에서 '1일교사' 체험을 잊지 못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 한명을 돌보는 것도 힘든데, 여러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단 하루만에 녹초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보육교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김씨는 "이번 사건이 터지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부모로서 힘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을 보고난 뒤 헛웃음이 났다. CCTV 설치로 감시하겠다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문제는 시스템에 있고 어린이집과 학부모간의 관계 형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것 들을 간과한 정책이 이런 사건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김씨는 보육교사의 급여 수준을 현실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얼마전 보육교사의 급여를 듣고서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대접을 받는데 누가 보육교사가 되려고 하겠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언론도 이번 사건의 경우 마녀사냥식 자극적인 보도 대신 원인과 해결책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던 것 아니냐"며 "본질은 시스템에 있는데 보육교사 한명의 범죄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csm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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