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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쨍하고 금이 갈듯, 시린 서정미의 압도…음악극 '셰익스피어 소네트'

등록 2015.10.18 20:30:52수정 2016.12.28 15: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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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로버트 윌슨(왼쪽), 유겐 홀츠. 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 커튼콜 (사진제공=옥상훈) 

【서울=뉴시스】로버트 윌슨(왼쪽), 유겐 홀츠. 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 커튼콜 (사진제공=옥상훈)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랑과 삶과 셰익스피어, 그리고 서정시의 빛과 어둠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몽환적으로 축약하면 가장 이런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설립 66년 만에 첫 내한한 독일 극단 베를린 앙상블이 선보인 '셰익스피어 소네트'(15~1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얘기다.  

 베를린 앙상블이 셰익스피어 소네트 발간 4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초연한 음악극이다. 소네트 154편 중 '짝사랑의 고통, 인간의 필멸과 시(詩)의 영원성'에 대한 25편의 시를 무대화했다.  

 연극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서사극의 창시자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1949년 창단한 베를린 앙상블은 파격으로 유명하다. 자칫 도발로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연출자가 현대 공연예술의 거장 로버트 윌슨(74)이다.

 윌슨은 '연극 언어'로 장원을 가리는 백일장이 있다면 1등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특히 '이미지 연출'이 탁월하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역시 이미지의 향연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어릿광대, 다크 레이디 등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대표하는 기괴한 분장을 한 인물들의 정서는 단출한 무대 위에서 시리다. 흰색 위주에 종종 먹색이 풀어진 미장센이 특히 극에 찬 기운을 불어넣고 명징함을 깨우친다.  

 영국 문학의 낭만성과 독일 연극의 견고함, 미국 무대의 모던함이 균형을 이루며 새로운 무대 언어를 탄생시킨다. 또 다른 한 축은 영화 '아이 앰 샘' '브로크백 마운틴'의 뮤지션 루퍼스 웨인라이트이다. 서정성을 보태는 데는 음악의 힘이 크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무대만큼 날이 시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대학을 다닌 그의 음악은 깨질 듯한 서정성을 품고 있다.

【서울=뉴시스】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Lesley Leslie-Spinks)

【서울=뉴시스】베를린 앙상블 '셰익스피어 소네트'(ⓒLesley Leslie-Spinks)

 현악기가 추가 편성된 밴드가 라이브 음악을 들려준 이번 무대에서 발라드, 모던록, 탱고 등 장르의 다양성에도 불구, 한결 같이 감수성으로 넘실거린다.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무대 밑에서 부축하는 사람이 없으면 거동이 힘든 유르켄 홀츠(83)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서 휘황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커튼콜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시와 무대와 조명과 음악과 연기와 분장과 음악이 독립적인 궤도를 그리면서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특별한 서사 없이도 셰익스피어, 베를린 앙상블, 윌슨, 웨인라이트의 고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 작품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가장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3차례 공연은 티켓 오픈 즉시 매진됐다. 공연 직전 나올지도 모르는 취소표를 구하기 위하려는 남녀들은 로비에 장사진을 쳤다.

 '201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초청작 중 가장 화제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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