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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황금알 낳는 '산업기술· 영업비밀' 보호대책 시급

등록 2015.10.19 15:22:11수정 2016.12.28 15: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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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티엠씨가 생산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선인 Mark-Ⅲ 타입 LNG 운반선의 카고탱크 핵심 기술인 ‘멤브레인’. 2015.10.19. (사진 = 티엠씨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첨단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이 유출돼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글로벌시대에 ‘전선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무역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면서 우수 산업기술을 노리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법 등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데다 첨단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해도 전담 수사기관이 없고 전문지식 부족 등으로 수사가 장기간 지속되는 바람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어 개발한 기술·영업 비밀이 공개되거나 사업성을 잃게 되는 등 2중고를 겪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가스 저장시설을 만드는 ㈜티엠씨(옛 삼우멤코)는 지난 7일 부산지법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13년 12월 제기한 소송이 2년간에 걸친 지루한 법정 다툼 끝에 Mark-Ⅲ 타입 LNG 운반선의 카고탱크 핵심 기술인 ‘멤브레인’에 관한 영업 비밀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멤브레인’은 세계적으로 ㈜티엠씨와 동성화인텍만 생산하는 특수 조선기자재 부품으로 국가핵심기술로 등록돼 있을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을 비롯해 세계 5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2007년 8월 전기전자와 자동차·철강 등 7 개분야 40 대 핵심기술의 하나이자 조선분야 7 대 핵심기술중 하나로 지정고시됐다.

 멤브레인은 가로 3.6m·세로 1.3m·두께 1.2㎜ 정도의 스테인레스 강판을 가로방향의 큰 주름과 세로방향의 작은 주름부로 겹치고 매듭부를 형성해 LNG 저장창고 안 벽에 접착하는 핵심 부품이다. ‘멤브레인’은 영하 163℃ 초저온에서 기체가스를 액화시켜 부피를 600분의 1로 최소화 시킨뒤 영상 50℃까지 약 210도의 온도편차에 따른 팽창과 수축, 파도 등 외부 충격을 흡수시켜 주는 역할을 하도록 초정밀 기술력으로 설계돼 있다. LNG운반선 한 척을 건조하는데 1만장~1만6000여개의 부품이 쓰여 부가가치도 높은 부품이다.

 ㈜티엠씨는 멤브레인 제작 금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드반사로부터 2001년 12월 450만 프랑을 주고 제작도면을 제공받은 후 2년간에 걸쳐 멤브레인 금형 및 생산자동화설비를 개발해 2003년 ‘Mark-Ⅲ’형 LNG운반선 저장탱크 건조방법 특허권 및 멤브레인 승인권을 가진 지티티사(GTT社)로부터 최종 제조기술 승인을 받아 제품생산에 돌입했다.

 순풍에 돛 단 듯 순항하던 ㈜티엠씨는 뜻밖의 암초에 부닥쳤다.

 회사 설립초기에 경영을 총괄하다가 2007년 7월 퇴사한 A씨와 이 회사 기술연구소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Mark-Ⅲ’ 멤브레인 제조금형 및 자동화기술 등을 관리하던 B씨, 생산소장 C씨 등이 퇴직 후 따로 회사를 차리고 ‘Mark-Ⅲ’ 멤브레인 제조금형 생산 시설을 갖추고 영업에 나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티엠씨는 2013년 6월 경남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경남경찰청은 A씨 등이 설립한 회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한편 1년 4개월간의 조사 끝에 지난해 10월 A씨 등 3명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치 및 영업보호법 위반,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2개월 뒤 A씨 등을 부정경쟁방치 및 영업보호법 위반,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해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중이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아울러 ㈜티엠씨는 경찰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이 사전 유출되는것을 막기위해 따로 부산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2년간의 공방 끝에 이번에 승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앞으로 3년간 ㈜티엠씨의 유출도면을 취득하거나 사용금지 및 제3자공개 금지, 티엠씨 도면을 이용한 생산설비를 폐기토록하고 A·B·C 등 3명에게 각 3000만원씩 손해 배상을 하도록 선고했다.

 이로써 ‘Mark-Ⅲ’형 LNG운반선 저장탱크 건조방법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막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산업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검찰이 추가로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나 관계기관 등이 산업기술에 대한 보호장벽이 마련되지 않아서 산업기술을 탐내는 외국으로 빠져 나갈 위험에 노출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인 유출방지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티엠씨 관계자는 “이번 소송으로 회사 경영이나 시장개척을 제쳐두고 10년 가까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재판에 매달리느라 회사 경영 손실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소기업은 현장 노하우 및 기술력을 관리하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기술을 유출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에 따라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기업의 핵심기술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 경쟁국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단순한 기술유출뿐 아니고 회사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기업사냥’ 형태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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