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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그렇게 어른이 된다…'타조소년들'

등록 2016.12.02 14:36:43수정 2016.12.28 1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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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타조소년들'(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연극 '타조소년들'(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청소년극 대다수는 성장드라마 꼴을 갖춘다. 2년 만에 돌아온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 '타조소년들'(원작 키스 그레이·극본 칼 밀러·연출 토니 그래함)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케니(김지훈)·씸(김평조)·블레이크(박용우)에게 하지만 성장은 더하기가 아니다. 죽은 친구 로스(오정택)의 유골 가루를 그의 이름과 같은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 '로스'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상실의 시대'를 겪는다.  

 로스를 로스로 데려가는 일은 제자리 찾기, 즉 정체성 찾기로 보인다. 세 친구는 그것만이 로스를 위한 '옳은 일'이라 믿는다. 자신들만 로스를 위한다고 믿고 싶어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하지만 500㎞가 넘는 좌충우돌의 모험은 되레 이들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한다. 교통사고로 알았던 로스 죽음의 진짜 실체 그리고 그 실체를 둘러싼 자신들의 민낯을 목도할 때, 자아는 분열된다. 

【서울=뉴시스】연극 '타조소년들'(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연극 '타조소년들'(사진=국립극단)

 타조는 위급한 상황에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는다. 문제를 외면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 친구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들었던 소년들 역시 그랬고, 그래서 '타조소년들'이다.

 하지만 극은 비관적이지 않다. 힘겨운 시간을 뚫은 이들은 마침내 모래 속에서 머리를 꺼내 든다. 그리고 진실과 마주선다. '타조소년들'은 로스의 죽음을 소년들의 트라우마로 사용하지 않는다. 또는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도 상정하지 않는다.

 회피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과장 없이 그린다. 소년들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네 배우가 역할극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최소한의 소품과 무대로 기차와 번지점프 등을 표현하는 등의 '연극 장치'는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무대 미학이다. 

【서울=뉴시스】연극 '타조소년들'(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연극 '타조소년들'(사진=국립극단)

 4일까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공연한 뒤 23~24일 전남 여수 예울마루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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