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트럼프發 '통화전쟁' 발발 우려" FT

등록 2017.01.18 13:11: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대선 승리 이후 첫 기자회견 중 취재진 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다. 2017.01.12

트럼프 "강달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

【서울 = 뉴시스】박영환 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강대국들이 주도해온 '통화 전쟁'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제조업 부활의 기치를 높이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유세기간에 이어 다시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는 등 사실상 구두개입에 나서자 주요국들의 경쟁적 평가절하 바람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유세기간 중 강(强) 달러 정책을 존중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왔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온쇼어링 등 미국 제조업 부활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그가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훼손할 강달러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트럼프 발(發) 통화 전쟁의 우려는 지난 13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재점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달러화 가치가 너무 높아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그것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It's killing us)며 강한 우려를 피력했다.

 통화전쟁이란 각국이 외환시장에서 통화를 사고 팔거나, 구두개입을 통해 자국 화폐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수출 상품·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일본·유럽연합 등이 이러한 통화전쟁을 주도했다. 경상 수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수입 물품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초래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앤서니 스카라무치 정권인수위원회 집행위원도 트럼프 정부가 달러 가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는 달러가치 상승에 유념해야만 한다. 그것이 국제적으로는 물론 미국 국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차기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너 서클의 인사가  사실상 구두개입을 통해 치솟는 달러가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펀드 매니저 출신 최측근이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달러화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선임연구원은 달러화가 최소 10%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진단했다. FT도 달러화가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1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달러 강세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깜짝 승리를 뒷받침했고, 공화당 신주류가 장기집권의 토대로 여기는 미국 중서부 러스트벨트 근로자들의 이해와도 상충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핵심 지지기반의 이반을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선 승리의 주역으로 꼽히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은 앞서 작년 11월 할리우드리포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백악관이 (대선 공약을) 지킨다면, 우리는 백인 표의 60%를, 흑인과 히스패닉 표의 40%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 경우) 50년 이상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가 통화 전쟁을 다시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브라운 챈들러 통화 스트래터지스트는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구두 개입을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다시 통화 전쟁을 목도할 것”이라며 “그것은 이전의 통화전쟁을 우습게 만드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트랩(Dollar Trap)'의 저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 대학 교수도 “그것(미국의 약달러 유도)은 교역 상대국들과 갈등이라는 망령을 불러낼 것”이라며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포기하고 환율에 방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유럽, 일본,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파트너국들과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가 강달러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도 또 다른 부담거리다. 연방준비제도는 앞서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금리 정상화의 의지를 명확히 한 바 있다. 연준이 올해중 잇달아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의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유턴하고, 이 경우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강달러를 제어할 수단이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미국 행정부는 전통적으로 출범 초 강달러 정책을 고수해왔다. 강달러가 미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해외 자본의 유입을 촉발해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가치를 지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이 득세한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는 특히 강달러는 강한 미국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환율 관련 발언에 비춰볼 때) 트럼프 당선인은  마초적 민족주의(Macho nationalistic bluster)에 휩쓸리기 보다는 경제적 현실주의(economic realism)를 더 중시한다"면서 ”사업가인 그는 쇠퇴하는 미국 산업에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환율이 왜 중요한 지를  잘 알고 있다 “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