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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을 후보 없다"…佛 유권자들, 대선투표 거부 운동

등록 2017.05.04 17: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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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리츠=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과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후보들이 3일(현지시간) TV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비아리츠에서 방송되고 있다. 2017.05.04 

【비아리츠=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과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후보들이 3일(현지시간) TV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비아리츠에서 방송되고 있다.  2017.05.04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7일)을 앞두고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서 투표 거부 운동이 일고 있다.

 중도 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란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 모두 싫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7일 결선 투표일에 외출금지, 빈 투표봉투 넣기,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 넣기 등 다양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SansMoiLe7Mai (나 빼고 5월7일 투표), #NiPatrieNiPatron (애국자도 ,귀족도 싫다), # NiMarineNiMacron (마린, 마크롱 다 싫다) 같은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좌파와 우파의 주요 정치인들이 결선투표를 앞두고 마크롱 후보의 지지를 표명했지만, 국좌정당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과 르펜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 그가 설립한 좌파정치 운동 ‘라 프랑스 앵수미즈’가 지난 2일 멜랑숑 대표 지지자 45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36%는 결선에서 무효표를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29%는 아예 기권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Fiducial)이 지난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유권자 1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 후보 지지율은 60%를 기록하며, 르펜 후보(40%)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권, 무효 투표 등으로 답한 응답자 비율도 26%에 달했다.

 파리의 한 택시기사는 CNN에 “1차 투표에선 마크롱을 지지했지만, 사실 두 후보 모두 내 맘에 들지 않는다”라며 “마크롱은 프랑스를 팔아먹으려 하고 르펜은 이민자를 추방한다”고 밝혔다.

 보르도의 한 노점상은 CNN에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별 다르지 않다”며 “투표는 하겠지만, 빈 투표용지를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크롱은 중산층이 아닌 금융계를 위한 후보"라며 "르펜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하는 것 같은 데 난 유럽연합, 유로존 탈퇴를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르펜의 반무슬림 노선에도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두 후보 중 누구도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리의 노동조합인 ‘프롤레타리아의 목소리’의 한 노조원은 CNN에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투표일에 어떻게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노조원은 마지못해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이들이 투표할 확률은) 반반이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원이 절반이 될 수 있다. 마크롱이 금융계와 관계가 있어 그를 택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투표 거부 운동 ‘보이콧 2017’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운동원은 “노동계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르주아 독재정권이 현 정치체제를 차지했다”라고 비난하면서도 르 펜의 당선은 우려했다. 그는 “르펜의 승리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만일 르펜이 승리하면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책연구소 채텀 하우스의 수석 연구원 매슈 굿윈은 투표 기권자가 많아질 경우, 마크롱 후보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CNN에 “마크롱은 지난 2002년 프랑스 대선 때처럼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 펜 후보에 반대하는 표심이 자신에게 올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이번에는 그 때처럼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르 펜의 아버지인 국민전선 후보인 장 마리 르 펜은 공화당의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 결선에서 맞대결을 벌였지만  큰 격차로 패했다. 당시 기권한 유권자는 약 20%였다.

 굿윈은 “2002년에는 르 펜 당시 대표에 반대하는 노동계층이 많았지만, 이번 결선에서는 좌파 노동계층에서도 기권하겠다는 유권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 결과) 르 펜이 고전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그는 확실히 자신의 아버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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