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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차이나]중, 부채와의 전쟁에 '몸살'…금융시장 흔들

등록 2017.05.08 10: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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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협 폐막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2017.03.1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올 들어 '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주식 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채권 시장이 흔들리는 등 중국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말 당대회를 앞둔 공산당 지도부가 시장의 동요를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 지가 개혁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주식과 채권 가치는 지난달 중순 이후 4530억 달러(약 513조 9285억원)어치가 사라졌다. 금융기관의 대출도 210억 달러(약 23조8560억원 ) 규모가 취소됐고 신탁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상품 판매도 같은 기간 30%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상하이 증시도 비틀거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돈줄 죄기’의 여파로 4주 연속 하락하며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미국, 유로존을 비롯한 주요 경제 권역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긴축의 불똥은 실물 부문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현지 부동산 거래가 둔화된 가운데 구리를 비롯한 주요 금속 가격도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리며 급락했다. 지난 주 다롄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무려 8%하락했다.

  증시, 채권을 비롯한 중국의 금융 시장이 흔들리는 데는 은행업감독위원회(은감회)를 비롯한 규제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한 몫을 했다. 주요 단속 대상은 은행 외에도 시한폭탄으로 거론돼온 그림자 금융 시장이다. 그림자 금융상품은 올 들어서도 두자릿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단속으로 상승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감독기관들과 공조 속에 돈값(대출 이자)을 비롯한 차입 비용을 올리며 이러한 긴축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일주일 짜리 환매 조건부(repo) 채권 금리는 작년 8월만 해도 2.3%였으나, 지난달 현재 3%로 올랐다. 환매조건부 채권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후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러한 환매조건부(RP) 금리는 인민은행이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현금을 쏟아 붓는 등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더 높아졌을 것으로 분석됐다. 공개시장조작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채권 등 유가증권을 사고 파는 등 시중의 화폐량을 조절해 금리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다. RP금리는 지난 2013년 당국이 그림자금융시장에 손을 댔을 때 12%로 치솟은 적이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의 이러한 동요를 아직은 ‘위기(crisis)’ 단계로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중국의 시장 불안은 시간이 흐르며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2015년 6월과 2016년 초 중국의 본토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급락하며 흔들린 것이 대표적 실례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이러한 동요를 중국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치부하고 있다. 부채를 쏟아 부어야 돌아가는 비효율적인 ‘구경제’에서 혁신 주도의 ‘신경제’로 환골탈퇴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전문가인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러한 조치들을 환영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 “중국이 시스템 리스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면,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런던에 있는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진 프리다 글로벌 스트래터지스트도 “중국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다루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정부가 이번에는 얼마나 진지한 지는 이러한 부채 축소 캠페인이 초래할 성장률 하락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이 언제까지 돈줄을 조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억제하고 경제의 체질을 바꿔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놓는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올해 말 공산당 당 대회를 앞둔 지도부가 언제까지 이러한 '성장통'을 견뎌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에 있는 JP모건 자산운용에서 중국 투자를 담당하는 하워드 왕 대표는 “중국이 더 안정적인 상황을 맞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그들은 시장이 다시 10%이상 떨어지거나 이러한 압력으로 위안화에 균열(crack)이 생긴다면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에 있는 자산운용사인 '엑스트라트'의 창업자이자 신흥시장 전략가인 존 폴 스미스는 ‘안정이라는 환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베이징은 험한 지형(rock and a hard place)에 갇혀 있다"면서 ”금융기관의 성장을 가로막는 시도는 경제가 뒷걸음질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지난달 25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일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시주석의 이날 언급은 과도한 레버리지 등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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