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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의 증언…"꾸준히 치료만 받아도 좋아지는데"

등록 2017.05.22 13:57:58수정 2017.05.22 14: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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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마음이 아픈 건지 몰랐어요. 꾸준히 치료만 받아도 금새 좋아지는 거였는데…."

 지난 18일 서울 중곡동 소재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건복지부는 현재 조현병으로 외래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환자는 20대 후반 여성 A씨와 30대 후반 남성 B씨.

 지금은 마음에 안정을 찾은 상태였지만 한때 두 사람 모두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시작은 누구나 겪을수 있는 마음의 병에서 비롯됐다.  

 A씨의 경우 고등학생때 조현병 증상을 앓기 시작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공부 스트레스나 친구 관계 등이 원인이 돼 정신질환으로까지 발전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뒤쪽에서 누군가 자꾸 제 험담을 하는 것 같아 자꾸만 돌아보고 욕하고 싸우고…. 늘 '저 사람이 왜 내가 저런 나쁜 말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외출조차 쉽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누군가 내 옷을 자꾸만 바꿔놓는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B씨는 군대에서의 경험이 우울, 무기력, 흥미상실 등 각종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나라밖에서 1년여간 생활을 해보기도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내로 돌아왔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벽을 쌓고 게임에만 몰두했고 때론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두사람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상황이 호전됐지만 상황은 금새 또 나빠졌다.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는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병원을 떠나면 환자는 가족 외에는 돌봐줄 사람이 전혀 없다. A씨는 수면제 다량 복용하는 등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신보건정책이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지역사회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문제는 사각지대였던 셈.

 실제로 우리나라의 강제입원률은 67%로 독일(17.0%), 영국(13.5%), 이탈리아(1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사실상 그동안의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데 활용돼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들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A씨의 보호자도 환자 가족에게 입원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전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봤지만 '병실에 가둬놓고 환자를 때린다'고 주변에서 그러니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래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은 건 2년정도밖에 안돼요. 하지만 8년정도 치료가 지연된 걸 생각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크네요."

 반대로 B씨의 경우는 강제입원 경험이 오히려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신과는 시설이 열악하고 환자들은 너무나 답답함을 느껴요. 거기다 강제입원을 당할 때 억지로 구속당하는 심정을 갖고 있어 거부감이 클수밖에 없어요. 과거에 한번 입원했던 입원실에는 창문도 없었어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싶기보다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무조건 환자를 병원에 붙잡아두는 강제입원이 조현병 치료에 능사가 아닌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근의 조현병 환자와 관계된 '묻지마 범죄'가 확인되면서 정신질환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현병 환자는 폭력적이다'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환자와 가족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자신들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다만 조현병 등 정신증 환자의 범죄는 첫 치료를 받기 전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조현병 등 정신증 환자의 범죄는 전체 범죄의 0.003%로 매우 낮은 수치라는 게 센터측의 설명이다.

 오히려 조현병 치료를 받은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4%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게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복지 연계를 강화하고 사회복지서비스 확충 등의 방안을 다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하고 정신질환자의 취업 제한 등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골자다.

 앞으로 강제 입원을 하려면 전문의 1인과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인 전문의 진단이 추가로 있어야 2주 이상 입원이 가능해지며 정신질환자도 장례지도사, 화장품 제조판매업 등의 자격 취득이 가능해진다.

 또 자의적인 입원이더라도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으로 72시간 동안 퇴원을 제한할 수 있는 '동의 입원' 제도가 신설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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