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눈물 훔치며 특별한 인사 "성공한 뒤 다시 오겠다"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손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추도식 도중 눈물 흘리고 하늘 한참 응시해
추도사는 정치언어 아닌 감성언어…추모에 방점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그립다. 보고 싶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오후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특별한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식 초반 노 대통령의 집 안내 해설자인 고명석·김용옥씨의 추도사 도중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전국적으로 봄비가 예고됐지만 추도식이 열리는 동안에는 날씨가 맑아 추도식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한 뒤 함께 추도식 장소로 향했다.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 부부, 노 전 대통령 유가족인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고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사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맡았고, 문 대통령은 인사말 형태를 빌렸다. 문 대통령은 맨 처음이 아닌 행사가 40분쯤 지난 뒤 유족 인사말 바로 직전에 단상에 올랐다. 정부 주관이 아닌 노무현재단 주관의 행사에 참석한 자리였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담담하고 결연한 자세로 준비한 원고를 낭독해갔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리고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오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포용하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힌 것이다.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눈물을 닦는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면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걸음은 후보 시절의 공약을 지키는 것이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전직 대통령 기일에 참석하는 행보가 정치적 화합을 저해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다른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도식 참석이 마지막이라 밝히면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공식 휴가를 내어 경남 양산 사저, 부산 영도의 모친댁을 방문하고 이튿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추도식에 참석하는 동선을 짠 것도 혹시 모를 정치적 해석을 막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추도사에도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추도사는 5·18기념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개헌의 불가피성도 거론했고 통합을 호소한 바 있다. 취임 초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강하게 외치는 문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오롯이 노 전 대통령 추모에만 전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평씨가 아버지를 기리는 순서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도식을 마친 문 대통령은 참배단 대표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에 둥글게 서서 묵념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고개를 든 뒤 하늘을 한참동안 응시했다.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한편 문 대통령이 참석한 추모식은 역대 노 전 대통령 추도식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많이 오면 약 600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3배 가까운 1만5000명이 참석했다"면서 "추도식 외에 봉하마을을 찾은 이날 인원은 5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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