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文대통령, 눈물 훔치며 특별한 인사 "성공한 뒤 다시 오겠다"

등록 2017.05.23 18:11:5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손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2017.05.23.  amin2@newsis.com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손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대통령으로선 오늘 마지막…성공해서 다시 오겠다"
 추도식 도중 눈물 흘리고 하늘 한참 응시해
 추도사는 정치언어 아닌 감성언어…추모에 방점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그립다. 보고 싶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오후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특별한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식 초반 노 대통령의 집 안내 해설자인 고명석·김용옥씨의 추도사 도중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전국적으로 봄비가 예고됐지만 추도식이 열리는 동안에는 날씨가 맑아 추도식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한 뒤 함께 추도식 장소로 향했다.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 부부, 노 전 대통령 유가족인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고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사는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맡았고, 문 대통령은 인사말 형태를 빌렸다. 문 대통령은 맨 처음이 아닌 행사가 40분쯤 지난 뒤 유족 인사말 바로 직전에 단상에 올랐다. 정부 주관이 아닌 노무현재단 주관의 행사에 참석한 자리였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담담하고 결연한 자세로 준비한 원고를 낭독해갔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리고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오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포용하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힌 것이다.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눈물을 닦는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2017.05.23.  amin2@newsis.com

【김해=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눈물을 닦는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전직 대통령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면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걸음은 후보 시절의 공약을 지키는 것이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전직 대통령 기일에 참석하는 행보가 정치적 화합을 저해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다른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도식 참석이 마지막이라 밝히면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공식 휴가를 내어 경남 양산 사저, 부산 영도의 모친댁을 방문하고 이튿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추도식에 참석하는 동선을 짠 것도 혹시 모를 정치적 해석을 막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추도사에도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추도사는 5·18기념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개헌의 불가피성도 거론했고 통합을 호소한 바 있다. 취임 초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강하게 외치는 문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오롯이 노 전 대통령 추모에만 전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평씨가 아버지를 기리는 순서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도식을 마친 문 대통령은 참배단 대표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에 둥글게 서서 묵념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고개를 든 뒤 하늘을 한참동안 응시했다.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한편 문 대통령이 참석한 추모식은 역대 노 전 대통령 추도식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많이 오면 약 600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3배 가까운 1만5000명이 참석했다"면서 "추도식 외에 봉하마을을 찾은 이날 인원은 5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