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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국채시장, 불확실성 걷히는 세계경제에 '쿨럭'

등록 2017.07.07 16:52:22수정 2017.07.07 18: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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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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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미국, 유럽,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국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입찰에서는 그동안 없어서 못팔던 프랑스 국채 수요가 하락한 가운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 중 3%에 이를 것이라는 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의 예측이 나왔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제 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미국과 유럽의 정책이 서로 엇갈릴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미국이 초장기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 경제도 기지개를 켜는 등 봄기운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채 10년물 이자가 3%에 달하면 재무부 채권은 약세장(bear)의 영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채 10년물 이자는 이날 현재 연 2.37%수준이다. 지난달 2일만해도 연 2.15%였으나, 같은 달 30일 2.31%로 올랐으며, 이달 3일 2.35% 5일 2.33%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이자는 미 연준이 지난 2015년 12월 이후 금리를 네 차례 올렸지만 오히려 더 뒷걸음질치는 등 이상조짐을 보여왔지만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미 국채 30년물이자도 상승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채 이자율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이자율이 오르면 더 낮은 이자의 기존 국채는 가치가 떨어진다. 이자율 상승폭이 더 커질수록 기존 국채의 가치는 그만큼 하락한다. 군드라흐의 이날 예측은 주식을 비롯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며 위험을 분산할 목적으로 국채를 사들여온 투자자들이 이자율 상승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 채권시장의 이상 징후도 투자자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6일 프랑스 국채 입찰에서 늘 공급이 딸리던 30년물 채권수요가 하락한 데 이어, 독일 국채(bund) 선물 계약 거래 규모도 프랑스 국채 입찰 결과가 발표된 뒤 상승했다. 안전자산인 채권의 인기가 점차 떨어질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채 금리가 0.51%이상 오른 뒤 더 탄력을 받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 채권의 인기하락은 ▲연준이 올해 중 금리를 한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까지 양적완화 매입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한몫을 했다.  이는 채권시장의 기초 여건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군드라흐는 이러한 채권 매도 흐름은 미 국채 강세장(금리하락)을 낙관해온 투자자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이라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일년전 국채 금리가 바닥을 쳤다고 밝힌 바 있다.

【브뤼셀=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에 도착했다. 2017.6.23.

【브뤼셀=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에 도착했다. 2017.6.23.

아시아 채권시장도 이러한 흐름에서 비켜서 있지 않다. 글로벌 펀드들은 지난 3일 한국 시장에서 채권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이는 하루 매각 규모로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크다. 매도는 미국의 프랭클린 템플턴 투자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뉴질랜드 금융그룹의 아이린 청 스트래터지스트는 “각국의 정책담당자들이 말의 수사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선다면 (한국 채권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의 금리가 오르면 아시아 지역의 저금리 국가에 영향을 준다. 한국이 이런 시장의 하나”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는 많은 지정학적 위험(geopolitical noise)이 있고, 시장은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들어 세계 경제는 미국의 '트럼프 변수'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로'에 비유돼 왔다. 지난해 6월 말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거세지던 포퓰리즘의 기류,  극우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부상한 지난 5월 프랑스 대선 등이 모두 이러한 불확실성을 끌어올린 변수들이다. 극우후보가 부상할 때마다 유럽의 채권 가격은 치솟아 왔다. 

 하지만 극우 바람이 잦아들고, 유럽 경제도 기지개를 켜며 이러한 기류도 달라지고 있다. 브린 캐피털의 매크로 전략 부문 본부장인 피처 치르는 “투자자들은 올 들어 주식 매입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미 재무부 채권 장기물 등 안전자산을 사들여왔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이제 주식과 채권 투자 모두 손해를 보고 있고, 채권을 내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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