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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반 훑고간 청탁금지법··· 증평 인삼·제천 약초 타격

등록 2017.09.24 08: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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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반 훑고간 청탁금지법··· 증평 인삼·제천 약초 타격

농업 등 기초 산업 종사자 직격탄
공직자 상대 명절 선물 자취 감춰
 
【청주=뉴시스】박재원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을 정도인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도 법률 시행에 따른 다양한 반응이 나오지만, 장담했던 사법(死法)화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공직자 등 청탁금지법에서 자유롭지 못한 규제 대상자들로부터 시작된 경계령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사회 각계로 확대됐다.

정으로 통하는 사회에서 먹고 마시고, 주고받는 관행은 '3·5·10' 커트라인에 걸려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어색한 일상을 만들어 놨다.

애매한 법 규정과 시범 케이스에 오르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세태 변화로 이어졌고, 청탁금지법이 훑고 지나간 1년간 농업 등 기초 산업 종사자는 큰 시련을 겪었다.

충북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지역 농업생산액이 최대 15.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위축으로 한우, 인삼, 과일, 화훼, 임산물 등 충북 지역 5대 농산물의 생산 감소액은 최소 947억원, 최대 106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인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현실로 이어졌다.

명절 때 농가당 많게는 300상자 정도 팔았던 선물용 인삼의 판매 주문이 올해 추석에는 뚝 끊겼다. 가장 싼 선물용 인삼 가격이 10만원이다 보니 아예 찾는 이가 없다.

증평인삼연구회 장봉현 회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 선물용 판매로 농가가 재미 좀 봤는데 이제는 찾는 사람이 없다"며 "명절 특수는 사라지고 다른 판로를 찾아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약초의 고장 제천지역에서도 관련 제품 판매가 크게 줄었다. 약초가공식품과 한방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제천몰'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단양지역 대표 특산물인 아로니아 판매도 타격을 입어 농가 매출이 10%가량 줄었다. 농가는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 5만원 이하 소포장 자구책을 썼지만, 판매가 시원치 않다.
사회전반 훑고간 청탁금지법··· 증평 인삼·제천 약초 타격


경조사에 빠질 수 없는 화환·조화·화분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화훼 농가는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음성지역 한 화훼농가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매출이 30~40% 떨어졌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4000만원 이하로 낮췄으나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공무원을 상대로 한 한우 선물세트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지난 설 명절부터 건설업체 등에서 공무원 등에게 보낸 선물세트가 수취거부로 반송되기 시작했을 정도다.

올해 추석에는 청탁금지법을 고려해 4만9000원짜리 선물세트를 선보였지만, 이 역시 신통치 않다.

보은·옥천·영동축협 이동욱 차장은 "추석을 앞두고 한창 바빠야 할 시기 주문량이 없어 여유가 많다"며 "이 추세라면 지난해 추석 때보다 매출이 15% 정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기업체 접대 문화도 달라졌다. 그동안 없었던 규정과 절차를 적용해 접대 방법을 하나하나 검증하며 한층 까다로워졌다.
  
접대비도 1년 전과 비교할 때 일부 기업은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한 업체 관계자는 "법에 저촉되지 않게 절차에 맞춰 진행하다 보니 전체 접대비가 10~20% 감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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