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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춤과 음악 어우러진 판타지한 저승길···'꼭두'

등록 2017.10.05 09: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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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꼭두'. 2017.10.05. (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꼭두'. 2017.10.05. (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4일 개막한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는 이질적인 두 세계에 발을 제대로 딛고 선 작품이다. 상반되는 성질인 이승과 저승, 영화와 국악공연이 만난 이색 무대다. 그럼에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이 표방한 '영화를 만난 국악 판타지'가 실현된 건 김태용 연출의 몫이 크다.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를 감독한 그의 '국악 판타지'에 대한 시원(始原)을 알기 위해서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 감독의 27분짜리 단편 영화 '그녀의 연기'가 출발이다. 서울에서 배우 생활을 하는 영희(공효진)가 제주 남자 철수(박희순)의 아버지인 시한부 노인 앞에서 판소리 '춘향가' 중 '갈까부다' 대목을 부르는 장면.

김 감독은 이 장면에서 판소리의 이상한 기운을 체험했고, 이후 그 경험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진행했다.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2016), 음악극 '레게 이나 필름, 흥부'(2017) 같이 영화와 무대가 어우러진 것들이다.

'꼭두'는 이런 작업을 거쳐 완성된 김 감독 식 판타지, 즉 환상곡이다.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악상의 자유로운 전개에 의해 작곡한 낭만적인 악곡이 환상곡이다.

김 감독은 본업인 2D 영화를 발판 삼고, 무대를 징검다리로 삼아 이 환상곡을 물리적으로 구체화한다. 시공간의 한계가 명확한 3D의 무대는 영화를 통해 확장된다.

이런 시너지가 가능한 이유는 김 감독이 스크린과 무대에 각자 걸맞은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스크린은 이승, 무대 나아가 공연장 자체는 저승을 상징한다.

할머니의 꽃신을 찾으러 떠난 남매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한 뒤 저승길목에 들어서 4명의 꼭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유다.

이승에서 일어나는 남매의 현실 이야기는 전남 진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스크린에 투영된다.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은 할머니와 어린 남매의 일상은 김 감독의 시선이 투영돼 담담하면서도 따듯하게 전개된다.

꼭두를 만난 판타지의 저승세계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기악과 성악,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부채·장구춤을 통해 몽환적으로 묘사된다. 서천꽃밭, 삼도천, 흑암지옥은 다양한 장치와 소품으로 무대 위에서 재현되고 시비·선악을 판단해서 안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가 등장해, 판타지를 더한다.

【서울=뉴시스】 '꼭두'. 2017.10.05. (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꼭두'. 2017.10.05. (사진 = 국립국악원 제공) [email protected]

블루스 록 2인 밴드 '유앤미블루' 출신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베테랑' '사도' 등 영화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기타리스트 겸 음악감독 방준석이 맡은 구체적인 음악은 판타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저승길에 접어든 어린 남매를 지켜주고, 할머니의 저승길을 인도할 꼭두들. 꼭두는 상여에 장식된 나무 조각을 가리킨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통한다.

이번 '꼭두'에서는 길잡이 꼭두, 시중 꼭두, 무사 꼭두, 광대 꼭두가 등장하는데 죽음 길에서도 위로를 주는 존재가 있다는 상상만으로 관객은 위안을 받는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한때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인도자들을 다룬 웹툰 '신과 함께' 영화화 작업에도 몸 담았던 김 감독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두'를 통해 저승길은 평안할 것이라는 믿음을 안긴다. 결국 '꼭두'는 우리의 상여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예의를 상기시킨다. 이질적인 요소가 결합했을 때 가능한 '장르의 혁신'도 해낸다.

영화 '부산행'(2016)과 '군함도'(2017)로 존재감을 과시한 김수안을 비롯 아역 배우들도 호연한다. 개막 당일 매진을 기록한 것을 비롯 추석 연휴기간 전체 객석점유율 90% 이상, 유료 점유율도 80%에 육박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국립국악원은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이 매표로도 이어지고 있어 남은 공연 기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김 감독은 추후 '꼭두'를 단편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22일까지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추석 연휴기간 중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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