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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를 사랑해 자살”···이영학의 ‘순애보’ 강조 심리는

등록 2017.10.16 17: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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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의도적으로 아내 사랑 표출···"형량 경감하려는 의도"
아내 자살 관련 의혹서 벗어나려 억울함 호소하는 듯
사회적 비난 감당 어려워 남에게 책임 떠넘길 가능성
"불쌍한 순애보 주인공에서 사기꾼으로 낙인 두려움”

 【서울=뉴시스】박영주 김지은 남빛나라 기자 =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중학생 딸 친구 A(14)양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아내 최모(32)씨 죽음의 경우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씨가 죄를 경감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내 사랑'을 표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씨가 아내를 지속해서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성매매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죄질이 더욱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여중생인 딸 친구인 A(14)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인 후 성추행하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13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씨는 혐의를 인정한 순간부터 취재진 앞에 설 때마다 사죄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 때 역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A양을 죽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13일 오전 검찰 송치 과정에서도 이씨는 "아내가 죽은 뒤 약에 취해 있었고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일단 사죄드리고 천천히 그 죄를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더 많은 말과 사죄를 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게 꿈같이 느껴져 죄송하다"고 눈을 질끈 감았다.

 같은 날 북부지검에 도착해서 이씨는 "제가 이제 정신이 들기 때문에 천천히 벌을 받겠다. 많은 분께 사죄드리면서 다 얘기하겠다. 어제도 기도했다. 제가 대신 영원히 지옥에서 불타겠다"고 말하며 잘못을 뉘우치는 듯했다.

 하지만 아내 최씨의 자살과 관련해서는 줄곧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내 아내의 죽음, 자살에 대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울먹였다. 7시간 조사를 받고 나와서도 "아내 죽음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내 죽음에 대한 진실'을 묻자 "아내는 나를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자살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A양의 시신을 유기한 이후 지난 2일 찍은 동영상에서도 아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동영상에서 의붓아버지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최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며 시신에 염을 하며 입을 맞추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가 아내를 성적·정신적으로 학대한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최씨 이마에서 이씨가 낸 상처가 발견된 점 등을 미뤄 봤을 때 이씨가 아내 최씨를 학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씨가 성매매 등에 아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씨는 또 최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경찰 수사 결과 확인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017.10.15.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경찰 수사 결과 확인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017.10.15.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이씨가 아내의 자살에 대해 지속해서 '진실 규명'을 주장함으로써 의붓아버지에게 법적 책임을 미루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영학의 지속적 성적 학대, 성도착 행위 등이 아내의 자살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지만 남의 탓을 하면서 죄를 경감받으려는 의도"라며 "사이코패스는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그 말을 진짜로 믿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내의 죽음을 의붓아버지 잘못으로 몰고 가면서 실제로 그렇게 믿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내와 원수지간이라고 해봤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자살과 관련된 의혹과 자살방조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울함을 더 호소하는 것"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죽도록 했을 리는 없다'는 자기 항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못 느끼지만 자신에게 몰리는 비난은 견디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당한 억울함은 견디지 못하고 드러내는 심리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발달해 있다"며 "현재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다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겨 비난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내를 계속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숨기려는 의도"라며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아내를 성적 도구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씨는 불쌍한 순애보의 주인공에서 가족을 모두 이용한 대국민 사기꾼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내의 자살과 관련한 의혹까지 밝혀지면 범죄의 책임이 더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범죄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여기에 의붓아버지의 잘못까지 더해져 자신이 의심받는 게 진심으로 억울해 나오는 행동 두 가지 측면이 다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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