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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겁게 장애물 없앤 '배리어 프리' 공연 증가

등록 2017.11.14 09:48:20수정 2017.11.14 09: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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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향 클래식 스페이스 II - 함께!'. 2017.11.14.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시향 클래식 스페이스 II - 함께!'. 2017.11.14. (사진 = 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7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 한 자폐 아동의 반사적 행동으로 인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이 해프닝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엄숙한 클래식 공연장에서 다른 청중의 감상을 방해했다는 의견과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지난 10일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펼쳐진 '클래식 스페이스 - 함께!'는 발달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발당장애인들의 공연 관람 권리에 대한 칼럼을 기고했던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이날 사회를 맡아 청중들에게 "마음껏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덕분에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영화 '여인의 향기'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포르 우나 카베사',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등이 울려 퍼지는 내내 공연장은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최수열 부산시향 상임지휘자가 지휘한 이날 무대에는 발달장애아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음악치료를 받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이성준(18․서울정문학교)군과 곽동규(15․언북중)군이 주인공이었다.

앙코르 무대인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에서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송윤호(13) 군이 최 지휘자가 건넨 지휘봉을 들고 직접 지휘했다. 이후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다 함께 춤을 추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연계에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 확대를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이 점차 늘어날 추세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번 서울시향의 '클래식 스페이스 - 함께!'처럼 작은 배려만으로 더 많은 청중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공연계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의 음악치료사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이번 공연을 기획한 곽범석 서울시향 문화사업팀 팀장은 "기둥이 없는 중앙대교당 홀의 특징을 활용하고, 눈 맞춤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 둘러 앉는 원형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배려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배리어프리 공연인 뮤직드라마 '아빠가 사라졌다' 쇼케이스 현장. 2017.11.14. (사진 = 스튜디오뮤지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리어프리 공연인 뮤직드라마 '아빠가 사라졌다' 쇼케이스 현장. 2017.11.14. (사진 = 스튜디오뮤지컬 제공) [email protected]

KBS 공채 31기 아나운서 출신인 고은령 대표가 이끄는 예비사회적기업 스튜디오뮤지컬은 일찌감치 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선보여왔다.

지난 3일에도 배리어프리 공연인 뮤직드라마 '아빠가 사라졌다'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스튜디오뮤지컬이 새로운 형식의 배리어프리 공연을 위해 '보들극장'이라는 이름을 내 건 작품이다.

보들극장에는 '보이고 들리는 공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보이고', 청각장애인에게는 '들리는'이라는 뜻이다.

고은령 대표는 "현장해설과 자막, 수화통역 등을 제공해 시청각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감상 가능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음악이 나올 때 진동을 통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팔찌 등이 눈길을 끌었다.

스튜디오뮤지컬은 이번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2018년 보들극장 '아빠가 사라졌다!'를 찾아가는 공연 등으로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장애를 앓은 거장 연주자가 연주자를 꿈꾸는 투병 중인 어린이를 만나 따듯함을 나눈 일도 있다.

지난 12일 내한공연한 이스라엘 출신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72)은 연주 뒤에 바이올리니스트가 꿈으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차희수(8) 군을 만나 용기를 줬다.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공연 주최사인 크레디아를 통해 성사된 이번 만남에서 희수 군은 거장 앞에서 맹연습한 '유머레스크'를 들려줬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본 펄먼은 장애를 이겨나가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와 좋은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들려줬다. 

【서울=뉴시스】 이츠하크 펄먼,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 2017.11.14. (사진 = 크레디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츠하크 펄먼,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 2017.11.14.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통하는 펄만은 4세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왼쪽 다리가 마비되는 불행을 겪었다. 목발과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지만 연주로서 항상 무대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은 언제나 객석에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장애인의 공연을 통한 문화향유권 확보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장애인 극단 '애인'과 꾸준히 작업한 극단 '전화벨이 울린다' 대표인 이연주 연출은 장애인이 배우로서 공연할 만한 마땅한 공연장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여전히 다른 눈길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연출은 "애인 단원들하고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본다. 당사자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고 마치 내가 통역사인 것처럼 나를 통한다"고 했다.

고은령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표방하면서 정작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엉망이라 불쾌감을 주는 공연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공공극장인데도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정책 공약에도 장애인 문화에 대한 내용이 없는데, 장애인 문화향유권을 위한 인식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서울시향 정기공연의 작은 소동을 통해 발달장애아의 다름을 이해했다는 곽범석 팀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누려야할 문화향유권이 발달장애아라 해서 예외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발달장애아를 위한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곽 팀장은 "이번 공연이 주목 받아서 감사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당연해서 더 이상 공연을 한다는 자체가 이슈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울러 "작은 배려라도 잘못되면 발달장애아에게 오히려 상처도 줄 수 있어 더 고민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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