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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핫이슈]짐바브웨 37년 독재, 쿠데타로 무너지다

등록 2017.11.1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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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레=AP/뉴시스】시부시오 모요 짐바브웨군 대변인이 15일 수도 하라레에서 있는 ZBC 방송을 통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이 행동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2017.11.15

【 하라레=AP/뉴시스】시부시오 모요 짐바브웨군 대변인이 15일 수도 하라레에서 있는 ZBC 방송을 통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이 행동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2017.11.15


【서울=뉴시스】 짐바브웨의 37년 독제 체제가 쿠데타로 무너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늦은 오후 짐바브웨 군부는 군사력을 동원해 권력 접수에 나섰다. 수도 하라레의 보로데일에 있는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선 수십발의 총성이 들렸다. 수도 곳곳에서 탱크와 장갑차가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거대한 폭음도 들렸다.

군부가 권력을 접수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영방송 ZBC를 장악한 군은 15일 성명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대변인 시부시소 모요 소장은 "군은 짐바브웨에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우리는 사명을 완수하는대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들의 행동이 쿠데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번 군사행동을 사실상의 쿠데타로 규정짓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달 초 무가베 대통령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전격 경질하면서 촉발됐다.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측출한 것은 사실상 자신의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에게 대권을 물려주겠다는 뜻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노 치웽거(62) 군사령관은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경질되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쿠데타를 주도해 독재 정권 종식의 계기를 만들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80년 총리로 취임한 뒤 37년간 권좌를 지켜왔다. 그는 한때 독립 영웅으로 존경을 받는 지도자였지만 1980년대까지 남아프리카의 부국이었던 짐바브웨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한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짐바브웨는 경제정책 실패로 2000년대 중반 물가상승률이 79억%까지 치솟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국가로 악명높다. 주력 산업인 농업은 토지 정책 실패로 경쟁력을 잃었고 실업률은 90%에 달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은 호화로운 생활로 지탄을 받아 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1983년 정적 관계였던 조슈아 은코모 전 부통령의 지지 기반인 은데벨레족 2만 명을 학살하는 등 공포 정치로도 유명하다. 짐바브웨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오랜 기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 왔다.

현재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과 권력 이양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강제로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독립 영웅'으로서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가베 대통령에 의해 측출된 뒤 해외로 피신했던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17일 짐바브웨로 돌아왔다. 현재로서는 군부가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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