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따른 '액상화', 울산도 안전지대 아니다

【포항=뉴시스】홍효식 기자 = 경북 포항시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지 사흘째인 17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서 지진으로 인해 외벽이 부서져있다.  2017.11.17.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반 액상화 현상이 확인된 가운데 울산에서도 매립지인 삼산동 일대가 액상화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큼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액상화는 지진의 충격으로 땅이 지하수와 섞이면서, 지반이 마치 액체처럼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이다. 액상화가 일어나면 지반이 약해져 건물 붕괴 등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매립지나 해안가, 연약한 지반일 경우 액상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부산과 울산지역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금융가와 백화점, 영화관, 대규모 아파트 등이 밀집한 울산 최대 번화가인 남구 삼산동과 달동 일대는 늪지대에 도시가 건설돼 지진에 따른 액상화 위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반만 제대로 다지면 지반침하가 덜 일어나는 매립지와 달리 지반을 다지는 작업자체가 쉽지 않은 늪지대의 특성상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우려는 옛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시대에 부산 동래와 경남 합천, 울산 등 동남권에서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43년 7월24일과 25일에 큰 지진이 있어 연대와 성첩이 많이 무너졌다.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승정원일기에도 울산 지진에 대해 '물이 샘처럼 솟았으며, 물이 넘자 구멍이 다시 합쳐졌다. 물이 솟아난 곳에 각각 흰 모래 1, 2두가 나와 쌓였다'고 적혀있다.

 지금까지 최근 지진으로 울산지역에 액상화 현상이 발견됐다는 신고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 울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항=뉴시스】우종록 기자 =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한 논에서 기상청 관계자들이 액상화 현상 등과 관련해 지반 샘플 채취를 위한 시추작업을 하고 있다. 2017.11.20. [email protected]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김병민 교수는 "포항의 경우 액상화가 논에서 발생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삼산동이나 달동 등 건물 밀집지역에서 액상화가 발생하면 일본과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울산시에서 지진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밀한 지반조사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산지역의 토층 구성과 지하수위, 주변 지진 단층 등에 대한 실질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건축 전문가들은 지진에 의한 지반 액상화로 건물이 붕괴되는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액상화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빌딩이나 아파트를 지을 때 지하에 박아 넣는 지지대를 단단한 암반층까지 뿌리내리도록 건축 지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전에 자갈이나 시멘트 등으로 매립지 지반을 강화하는 공법을 실시하는 것도 지반 액상화에 따른 피해 예방법 중 하나다.

 이에 울산시는 액상화 현상이 울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인해 액상화 현상이 발견됨에 따라 울산지역 발생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국립재난연구원에 지진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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