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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슐츠, 대연정 논의 시작…돌파구 찾을까?

등록 2017.12.13 16: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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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2013년 12월 1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EU)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당시 슐츠는 유럽의회 의장이었다. 2017.11.27.

【브뤼셀=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2013년 12월 1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EU)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당시 슐츠는 유럽의회 의장이었다. 2017.11.27.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13일(현지시간) 저녁 회동해 대연정 구성에 대한 첫 번째 논의를 시작한다고 도이체벨레가 보도했다.

 지난 9월 총선 이후 정부 구성에 실패해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메르켈 총리와 교착상태를 빠진 독일 정치에 돌파구가 생길지 결정되는 순간이다.

 앞서 지난 7일 사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의 대연정 논의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9월 총선 이후 자유민주당(FDP), 녹색당과의 연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부 구성에 실패한 CDU·CSU가 사민당에 내민 손을 잡은 셈이다.

 사민당 내에서 대연정을 꾸리면 의회에서 안정적으로 다수파를 차지할 수 있는 반면 정책 방향이 흐려져 결국 당이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대가 계속되자 전당대회에서 당론을 모으기로 했다.

 슐츠 대표는 당시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어떤 대가도 지불할 필요가 없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치(governing)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연설했다.

 이에 따라 사민당과 CDU·CSU과의 대연정, 사민당의 지원을 바탕으로 녹색당과 CDU·CSU 간 소수 여당 정부 구성, 또 한번의 총선 실시 등이 가능한 미래로 거론되고 있다.

 브레멘대학의 정치학자 로타어 프롭스트 교수는 도이체벨레에 "초반 대연정 구성에 반대하고 나섰던 것은 확실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면서도 "당연히 사민당 구성원들은 (대연정을 꾸리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전문가인 볼프강 보슈는 사민당을 향해 "선입견 없이 자신감을 갖고 협상에 나서라"고 충고했다. 그는 "4년 간의 대연정 이후 사민당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는 사민당이다, 우리는 150년 동안 지속됐다’는 내면의 힘을 갖고 임하라"고 덧붙였다.

 이어 메르켈 총리와 슐츠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CSU 대표가 "본격 회담을 시작하기 전 좌절감을 내려놓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연정 구상이 시작됐음에도 본격적인 논의 진행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벨레는 독일 정치인들은 공식 협상(formal negotiations)에 임하기에 앞서 '탐색기간(exploratory negotiations)'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프롭스트 교수는 "정부 구성을 논의할 때마다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통적인 정책 방향이 있는지 조사하는 시간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탐색기간은 내년 상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 협상 당사자들이 원론적인 합의에 이르면 이후 공식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종적으로 대연정 구성은 5월에야 확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특히 이번 논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한 차례 대연정 구성에 실패한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지난 10월부터 11월 사이 FDP·녹색당과 이른바 '자메이카 연합’ 구성을 시도했다.

 보슈는 "당시 자메이카 연합 구성을 논의할 때 메르켈 총리가 기본적인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또 "4개 집단, 50명의 당사자로 논의를 하는 등 너무 큰 규모로 논의를 시작한 것이 패인이었다"며 "협상 규모가 너무 크면 야심찬 누군가가 관여하게 되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불이익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가 정책 충돌과 녹색당의 적대적인 자세 등을 이유로 연정협상의 판을 깨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과의 타협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민당의 건강보험 정책과 난민 가족 수용 정책, 슐츠 대표의 '유럽의 미국이 되자’는 비전 등 3가지가 주요 논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롭스트 교수는 "사민당 내에서 특정한 공통 견해만을 다루는 제한된 규모의 '협력 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메르켈 총리가 이를 전혀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유럽 내외부의 다양한 위기상황인 지금, 메르켈 총리는 안정된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대연정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보슈는 "이미 협상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보슈는 "사민당이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데 따르는 위험요소 등을 피할 수 있도록 회담을 긍정적으로 종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를 위한 조건을 내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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