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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 합의' 연상케 하는 원화 강세…3자리 진입 전망도

등록 2018.04.03 18:27:40수정 2018.04.03 18: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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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원달러 환율이 2.4원 내린 1,054.20으로 장을 마감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18.04.03.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원달러 환율이 2.4원 내린 1,054.20으로 장을 마감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18.04.03. [email protected]

1054.2원 마감…종가 기준 3년6개월 만에 최저치
"위안화 절상과 함께 제2의 플라자 합의 연상케 해"
"4월 대북 리스크 완화 등 추가 하락 이끌 이슈 多"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미국 행정부의 환율 압박 기조로 원·달러 환율이 연일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여파와 함께 대북 리스크 완화 등 이슈들까지 더해져 환율이 3자리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56.6원)보다 2.4원 내린 1054.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4년 10월29일(1047.3원) 이후 3년6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이번달 중순 미국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국내 외환 당국의 직·간접적 개입 여력이 약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까지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에 대해 "환율은 기본 원칙을 지켜왔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이면 합의' 논란까지 더하면서 원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31일 한국과 미국이 FTA 개정 협상에서 '환율 조작 금지' 조항에 이면 합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의혹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과 미국은 무역과 투자에 있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적 통화 평가 절하'(competitive devaluation)와 '환율 조작'(exchange rate manipulation)을 금지하는 내용의 MOU 형태의 합의(agreement)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부터 제기됐다.

이에 기재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환율 관련 협의는 기재부와 미 재무부 차원에서 별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FTA와 절대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미 재무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공지한 내용을 정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백악관도 "한·미 간 외환 관련 논의는 한·미 FTA와는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환율 압박 기조로 당분간 원화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무역 전쟁 등을 고려하면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갈등 관계가 증폭되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이 협상을 통해 마무리되면 협상 결과물 중 위안화 절상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성격으로 금융시장에서 인식될 여지가 높다"며 "이는 원화 가치의 추가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자 합의란 1985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5개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에 대해 인위적으로 절하시키기로 한 것을 말한다. 대규모 적자로 미국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자 달러 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공동 개입을 결의한 것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닉슨, 레이건 대통령과 비슷한 관세와 환율 정책을 쓰고 있다"며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은 중국에 대해선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동해 관세를 부과하고 외환시장이 개방된 한국에 대해선 '교역촉진법' 7장, 외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조항을 갖고 환율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FTA를 유리하게 체결하려 하면 미국은 환율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이 기존 FTA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는 원화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10% 정도 절상된다 해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대북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중국의 사드 보복 해소 기대감 등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을 불러 올 정치 이슈들이 예정돼 있어 환율 하락 압력을 추가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강세가 예상되며 1000원 선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2~3분기 강세장을 전망한다"며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남은 상황이지만 우려의 정점은 4월 주요 정치 일정을 계기로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한국 시장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4월만 놓고 보면 1050원 수준일 것이며 2~3분기에 걸쳐 보면 1000원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연구원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 결과를 보일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작용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트리플 강세(원화 가치, 주가 및 채권 가격의 동시 상승)'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원화 가치는 무엇보다 빠르게 반응할 공산이 높아 원·달러 환율이 3자리대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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