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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커가 돌아온다고?...들뜬 ‘유통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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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5-09 11:00:00  |  수정 2018-05-14 09: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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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90년대 초반까지 홍콩영화는 시대를 풍미했다. 주윤발, 주성치, 장국영 등 대스타들의 이름은 지금 40대들에게 아직도 설레는 추억이다.

 이후 도박과 느와르를 소재로한 '양산형' 영화들이 무분별 나오면서 홍콩영화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물론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각종 규제가 많아진 게 홍콩영화 몰락의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홍콩영화 산업이 바깥 바람의 변화를 견뎌낼 만큼 견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할 부분이다. 인기가 있는 도박 소재 영화만 한해 수십편씩 찍어내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영화의 질이 떨어졌고 결국 홍콩 영화는 추억으로 사라졌다.

 양산형 도박영화에 기댔다가 몰락한 홍콩영화는 우리나라 유통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을지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하다. 쇼핑을 위해 줄을 지어 선 중국 관광객의 모습을 보는건 어렵지 않다. 확실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물론 아직은 전성기 때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고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참 때 롯데 본점 면세점은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며 고개를 젓는다. 업계는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하루 수십대가 들어왔던 전성기를 그리워한다.
  
 유통가에선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최근 노동절 중국인을 겨냥한 면세점, 백화점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항과 서울 시내 주요 편의점에선 중국인 관광객의 결제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유통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명동과 강남 일대를 거점으로 한 유통가는 들뜬 표정으로 유커의 귀환을 바라보고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맞물려 중국인 관광객 숫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유통가에 활력이 도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에 기대는 유통업계의 기반은 '모래 위의 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의, 중국인을 위한 유통시장이 지속 가능한지 한번 생각해봐야할 때다.

 실제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유커가 크게 줄었을 때 유통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문제는 유커가 자리를 비웠던 1년여 동안 중국인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관광과 쇼핑 산업은 이를 대체할 어떤 방법도, 수단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면세업계를 비롯한 유통업계는 '체질개선'을 외치면서도 사실은 한국과 중국 정부의 입만 바라보며 보복 해제를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커가 돌아오고 면세와 백화점 전반에 활력이 돌면 지난 1년 동안 그들이 외쳤던 '체질개선'은 까마득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만큼 바글바글 한 유커들의 쇼핑 행렬과 백화점을 향하는 대형버스 무리가돌아오면 유통업계는 유커들이 없었던 1년을 기억할 수 있을까.

 유커들이 빠져나갔던 지난 1년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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