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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불지른 트럼프…역내 美대사관 공격 우려 높아

등록 2018.05.15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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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예루살램 美대사관 개소...美 국제적 리더십 훼손

예루살렘에선 '영광스러운 날'…팔레스타인 '거센 시위'

【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개소식에 맞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서 거센 시위가 일었다. 왼쪽은 가자지구에서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지른 모습. 오른쪽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미국 관료들이 대사관 이전을 축하하는 모습. 2018.5.15.

【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개소식에 맞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서 거센 시위가 일었다. 왼쪽은 가자지구에서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지른 모습. 오른쪽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미국 관료들이 대사관 이전을 축하하는 모습. 2018.5.15.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하면서 그가 기어코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루살렘 대사관 개소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평화"라며 "미국은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예루살렘선 "영광스러운 날"...가자지구는 '생지옥'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소식은 축제 분위기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맏딸 이방카 보좌관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위 관료들이 함께 모여 '영광스러운 날'을 축하했다.

 같은 시간 예루살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서는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반(反)이스라엘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충돌하면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58명이 숨지고 2700명 이상이 다쳤다.

 가자지구에서는 15일에도 '나크바의 날'(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기억하는 날)을 맞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14일 유혈 사태를 지켜본 팔레스타인인들이 합세하면 저항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자=AP/뉴시스】 14일 가자 지구의 이스라엘 봉쇄선 앞에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가운데 한 여성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이 군 저격병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불 붙인 타이어에서 검은 연기가 시꺼멓게 솟아오르고 있다. 이날 하루만 오후 4시 현재 41명이 사살됐다. 2018. 5. 14.  

【가자=AP/뉴시스】 14일 가자 지구의 이스라엘 봉쇄선 앞에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가운데 한 여성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이 군 저격병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불 붙인 타이어에서 검은 연기가 시꺼멓게 솟아오르고 있다. 2018. 5. 14.

◇ 예루살렘, 국제법상 어디에도 안 속해...'두 국가 해법' 찬물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1947년부터 국제법상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과 1967년 1·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 곳을 점령했다. 유엔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고 일방적으로 공인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예루살렘 선언의 배경에는 그의 핵심 지지 기반인 친(親) 이스라엘 유대인과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이스라엘 보수파와 관계가 밀접하다. 미국 정·재계에 포진해 있는 이들 세력은 친이스라엘 정책을 위해 막강한 로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쿠슈너 선임고문도 유대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통치에 저항하는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1993년 가까스로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돼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작년 말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큰 저항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경제 봉쇄로 참혹한 생활을 해 온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email protected]

◇ 궁지애 몰린 팔레스타인...美 안보 우려 고조

 CNN방송은 '월요일(14일), 우리 시대의 중동 평화라는 꿈은 죽었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편파적 정책과 중동 국가들의 미온적 대응으로 팔레스타인이 궁지에 몰렸다며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오늘 팔레스타인인들은 홀로 남아 있고, 그들에 대한 입장은 분열돼 있다"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아랍국들의 감정적 지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지역 현지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역사적 선례를 고려할 때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으로 반미 감정이 격렬해지면 중동 내 미국의 외교 공관이 공격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MEE에 따르면 1924년 이래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표적으로 한 공격이 11차례 있었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 영사관이 습격당해 당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가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 국방부는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후 보안 우려가 고조되자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등 중동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관들에 특별 훈련을 받은 해군 병력을 배치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이전으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도 이미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이-팔 평화협정의 중재자 역할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비판이 높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서방 동맹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모두 반대했고 대사관 개소식도 보이콧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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