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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핫이슈]예루살렘 美 대사관 개관…대규모 유혈사태

등록 2018.05.1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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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14일(현지시간) 남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예루살렘 주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2018.04.14

【예루살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14일(현지시간) 남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예루살렘 주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2018.04.14


【서울=뉴시스】 미국이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 국가들의 반대에도 미국이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등에서 발생한 반대 시위는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건국기념일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주미 대사관 개관식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관식에 가진 않았지만 최측근인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미국 대표단 자격으로 참석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유대인이고 이방카 보좌관은 결혼 후 유대교로 개종했다. 유대인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생각하는 지역이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이 미래의 수도가 되길 바란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모색하는 '2국가 해법'에 따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분류하고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예루살렘은 전임자들에게도 민감한 문제였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모두 대선 후보 시절 유대계 로비 단체를 의식해 대사관 이전을 약속했다가 당선 후에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 문제가 중동 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외교 관계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며 대사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대사관 개관식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친(親) 이스라엘 노선을 분명히 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대사관 이전과 개관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미국은 옳은 일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이 오늘 이 곳에 미국 대사관을 열었다"며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개관이 진실을 널리 퍼뜨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대사관 이전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나서면서 현재까지 어린이들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 60여명이 숨지고 27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있다며 17일 하마스 군 시설을 공습하기도 했다.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과격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단체도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란의 강경파 단체 '이란 정의추구 학생운동'(IJSSM)은 지난 15일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공격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영어, 아랍어, 페르시아어로 만들어 배포했다. 이 단체는 행동에 나서는 자에게 10만 달러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가자=AP/뉴시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미국의 대사관 이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면서 60여명이 숨지고 27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018.05.16.

【가자=AP/뉴시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미국의 대사관 이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면서 60여명이 숨지고 27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018.05.16.



 국제사회는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 대변인을 통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같은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국제법과 안전보장이사회 및 유엔총회의 결의안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중동 지역 최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15일 성명을 내고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미국 정부의 결정을 반대한다"며 "이는 국제법이 보장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상당히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남미와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따라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과테말라는 지난 16일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했다. 온두라스, 체코, 루마니아 등도 대사관 이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사관을 이전하는 첫 10개국에 특별대우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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