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할리 데이비슨, 기업들 美 엑소더스 가속화 시킬까

등록 2018.06.26 13: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할리 데이비슨, 보복 관세에 공장 해외 이전…"엄청난 비용 상승"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수입가격 급등하자 직원 줄이는 기업도

美 상공회의소 "트럼프 무역 정책으로 260만개 일자리 위험"

폴 라이언 "무역 장벽 높이는건 노동자·제조업체에 도움 안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조속히 시작한다는데 합의했으며 이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18.6.2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조속히 시작한다는데 합의했으며 이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18.6.22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을 대표하는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를 피해 공장 해외 이전을 결정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할리 데이비슨의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문제와 관련해 '관세폭탄 무기화' 정책을 강화하면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할리 데이비슨의 결정에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모든 회사 중 할리 데이비슨이 백기를 흔드는 첫번째 회사가 될 것이라는데 놀랐다. 나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그들은 결국 우리와의 무역에서 1510억 달러의 피해를 끼치고 있는 EU에 관세를 내지 않게 됐다. 세금은 할리 데이비슨의 변명에 불과하다.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말했다.

 이제 문제는 할리 데이비슨을 시작으로 미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실제로 진행될 것인지, 그렇다면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지, 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인지 등 이라고 할 수 있다. EU 뿐 아니라 중국도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 일자리 감소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진짜 악몽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관세, 자기파괴적…더 많은 기업들 美 떠날 것"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할리 데이비슨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파괴적"이라며 "관세로 인해 철강과 알루미늄 국내 생산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수출을 위한 오토바이 생산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이미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지난 22일부터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오렌지주스, 청바지 등 28억 유로(약 3조 6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할리 데이비슨은 미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생산시설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25일 유럽에 수출하는 오토바이에 부과되는 관세가 6%에서 31%로 상승했다며 유럽 수출용 오토바이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공장 해외이전 이유에 대해 "딜러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비용 상승분을 전가시킬 경우 할리 데이비슨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해당 지역 비즈니스에 즉각적이고 지속성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세 부메랑…제조업 비용 상승으로 일자리 타격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가 제조업체들의 비용 상승 요인이 돼 일자리에 타격을 주는 사례도 있다.

 미주리주에 본사를 둔 금속 공구 생산 업체 '미드 콘티넨트 네일'은 지난주 500명의 직원 중 60명을 감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로 인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톰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31일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이 260만명의 미국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너휴 회장은 외부 연구 결과를 인용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가 180만개의 일자리를 없앨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에 대한 관세(13만4000개), 철강·알루미늄 관세(47만개), 자동차 관세(15만7000개) 등 관세 조치로 76만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제조업체들의 해외 공장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도록 설득하는 등 국내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여 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3.7%까지 떨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대표적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무역 장벽을 높여갈 경우 미국의 고용 사정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 라이언 미 하원 의장은 25일 대변인을 통해 "할리 데이비슨의 결정은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이 나쁜 판단이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의 지역구는 할리 데이비슨의 본사가 있는 위스콘신주다.

 라이언 의장은 "미국의 노동자, 소비자, 제조업체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지 우리의 시장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샤론 잭피아 윌리엄블레어 애널리스트는 NYT에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휴전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무역 전쟁이 일시적이기를 바라고 있으며, 일어났던 일은 번복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