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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취임 첫 방문지로 '혜화역' 택한 경찰청장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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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04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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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경찰에서 요즘처럼 여성 관련 이슈가 중요시됐던 적이 있던가. 새로 부임한 경찰청장이 '취임 1호 정책'으로 여성 대상 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첫 현장 방문지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벌어졌던 혜화역을 찾았으니 말이다.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의 피의자를 신속히 잡아들인 죄(?)로 여성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한 데 맞은 경찰은 다행히 최근 여성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화가 났는지 알아가는 모양새다.

 경찰이 해명한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가능했던 것은 피해자가 남자라서가 아니라 범행 장소와 용의자가 특정됐기 때문이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시민들이 경찰 수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피의자를 특정해 빨리 잡아들인 것도 죄가 되나" 등의 불만도 나왔다.

 수 만의 여성들이 운집해 경찰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를 두고 억측을 주장하고 있다거나 논리의 비약에 빠졌다고만 치부하는 경찰의 태도가 어쩌면 2차, 3차, 4차로 이어지는 대규모 여성집회를 불러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성차별과 성폭력을, 국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조직인 경찰이 알아달라는 외침이었는데 말이다.

 시민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찰은 성인지, 성평등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민갑룡 청장은 첫 현장방문지로 혜화역을 찾은 이유와 관련해 "여성의 불안과 차별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에 대해 이곳에서 큰 외침이 울려퍼졌다"며 "이들의 외침을 경청하고 응답한다는 취지에서 가장 먼저 방문했다"고 밝혔다.

 취임 1호 정책으로 '불법촬영 등 여성대상 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 지방경찰청에 신설되는 여성 대상 범죄 특별수사팀(20개팀 139명)에 수사 책임자인 팀장을 포함, 여성 수사관 인력을 50% 수준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그간 경찰 수사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이뤄졌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의도다. 경찰청 출입기자로서 이 같은 경찰의 노력이 청장의 취임 초 일성으로만 그치기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4일 집회시위의 중심지인 광화문으로 진출하는 여성 집회 참가자들도 지나치게 과격한 구호를 내뱉어 시위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겨우 뿌리 내리기 시작한 페미니즘에 스스로 부정적 덧칠을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일 수 있다. 잘못은 따끔히 지적해야 하겠지만 정부와 경찰 등을 무조건 비방하고 폄훼하기보다는 노력하는 자세를 지켜보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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