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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로 이란 경제 위기 직전…상황 점점 악화" 블룸버그

등록 2018.08.09 16: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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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후 리얄화 가치 70% 급락, 일부 식료품 가격 50% 상승

폭염, 정전, 물부족 사태로 시민 분노감 커져…반정부 시위 확산

11월 석유 수출 제한되면 경제난 심화될 듯…기업 이탈 가속화

【테헤란=AP/뉴시스】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7일(현지시간) 불법 환전상이 달러화를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7일 오전 0시(미 동부시간 기준)에 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2018.08.08

【테헤란=AP/뉴시스】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7일(현지시간) 불법 환전상이 달러화를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7일 오전 0시(미 동부시간 기준)에 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2018.08.08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의 경제 제재로 점점 고립되고 있는 이란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는 급등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제재 강도가 강해질수록 경제난은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경제는 지난 몇 주 동안 급격히 악화됐다. 5월 이후 리알화 가치는 70% 넘게 급락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두자릿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식료품 가격은 5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정전, 물부족 사태는 시민들의 분노감을 더욱 키웠다. 7월 말부터 각지에서 산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더니 8월 들어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일 테헤란 서쪽 카라지 시에서는 시위대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20여명이 체포됐다.

 올해 초 메릴랜드대 국제안보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8%의 이란인들은 현재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지난 2015년 8월 조사 때의 28.5%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상황이 매우 나쁘지만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7일 이란에 첫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의 달러 거래와 금, 귀금속, 자동차 등의 무역이 제한된다. 리알화의 가치가 더 하락하고 물가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11월 이후에는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석유 수출 전면 봉쇄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핵협정 당사국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핵협정을 유지하겠다는 이들 국가들의 방침과는 별개로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3차 제재에 대한 우려에 이란을 떠나고 있다. 토탈, 다임러, 푸조, 지멘스 등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이 이란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친서방 온건파로 분류됐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제 친서방 개혁파와 강경 보수파 사이의 위태로운 중간지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보수 강경파는 로하니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과 체결한 핵협정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핵협정 체결 후 2년 동안 로하니 정부가 경제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한다.

 경제난에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이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의류 공장을 운영했지만 현재 차량공유 서비스 운전자로 일하고 있는 알리아스가 레자에이(58)는 블룸버그에 "전반적으로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레자에이는 자신이 1979년 친서방 세속주의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혁명을 지지했다고밝혔다. 하지만 그는 "나는 혁명을 위해 싸웠고 아마 여전히 그럴 것이지만, 무언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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