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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의 틀, 다시 짜자②]"첨단기술 앞서가자"…美·中·日 장기 로드맵 '치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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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06 14:01:00
1980~1990년대 '기러기 편대형 모델' 이어 2000년대 '동아시아 3각 분업'
中 '중국제조2025' 전략에 美 전방위 견제...日은 규제완화·벤처 지원·M&A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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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지난 1980~1990년대 동아시아 산업정책과 경제발전은 이른바 '기러기 편대형 모델(Flying Geese Model)'로 설명돼 왔다.

 '기러기 편대'는 동아시아 경제 발전을 설명하는 모델로, 가장 앞서 비상(飛翔)하고 있는 일본의 성장 패턴을 답습하면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그 뒤를 차례로 따라가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 동남아시아 각국 등의 모습이 마치 기러기의 편대 비행 모습과 흡사하다는 뜻에서 나왔다.

 '기러기 편대형' 산업 발전 모델은 일본의 장기침체와 중국의 경제 급성장 등의 흐름 속에 '한중일 3각 분업체제'로 변화됐다. 그 시점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0년대 들어 글로벌 무역이 급성장하면서부터다. 핵심소재에서 기술적 비교우위에 있는 일본이 한국으로 소재·부품을 수출하고 한국이 이를 부품과 반제품으로 만들어 중국에 다시 수출하면, 중국이 이것을 완성품으로 조립·가공해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가공무역 분업체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단순 글로벌 조립기지에서 벗어나 소재·부품 자급률을 제고하기 시작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기계 등의 산업분야에서 기술 자립화 속도를 높이고 우리나라를 빠르게 뒤쫓으면서 '동아시아 3각 분업체계'의 와해는 사실상 시간문제다.

 경제발전 속도 및 산업구조, 수출경쟁력 격차가 빚어낸 상호보완적 3각 분업체제가 치열한 전방위적 대결구도로 바뀌면서 각국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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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국은 첨단산업에서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strategy)' 계획을 세우고 지난 2015년부터 추진중이다.

 2025년까지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자국기업에 대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는 핵심기술을 이전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고율관세 부과 등을 통해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을 견제하고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고율 관세부과 대상인 중국산 수입품 1300여개 목록을 공개했는데, 이 목록은 예상대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정조준했다.

중국이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육성하려는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을 관세 부과 대상에 모두 포함했다.

미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 미국의 경쟁 우위를 빼앗으려는 것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쳐 사용하면서 무역적자가 심해지고 있다는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다.

미국 정부는 유럽, 아시아 주요국과 달리 특정 산업정책을 내세우지 않고 시장기능에 의한 경제운영을 표방해왔다. 중국 같은 직접 보조금 지원보다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규제 개혁을 통해 창업 및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 연구개발 촉진, 고성장 기업 육성, 기업가 정신고취에 힘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 국방부, 연방우주항공국(NASA), 국가과학재단(NSF), 국가표준기술원(NIST), 국립보건원(NIH) 등 국가기관을 통한 전략적인 R&D, 정부조달이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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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공적 영역에서 막대한 정부 자금을 투입해 신기술 새로운 산업을 개발 육성하고 최종 단계에서 대학이나 기업 등을 통해 시장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의 신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6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J-Startup' 전략을 발표했다. 기업가치 또는 시가총액이 10억 달러 이상이 되는 유니콘 또는 상장 벤처기업을 2023년까지 20개 창출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92개 후보기업(J-Startup기업)이 정부와 민간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규모도 급증해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 투자는 2011년 120억엔에서 지난해에는 709억엔으로 6배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혁신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형 규제 샌드박스(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조치)를 전면 도입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일본기업의 2018년 상반기 해외 M&A는 112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M&A 건수도 340건으로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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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인수 분야도 신기술 영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중이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경영 안정을 우선하고 내부 유보를 높이는 경영을 고수했지만, 내수시장의 한계 탓에 이같은 기조에서 점차 탈피 중이다. 해외에서 성장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과 함께 적극적으로 성장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인도 정부도 규제 개혁을 가속화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모디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라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산업정책에는 전력 요금제 개편 등 경제 성장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이 총동원될 것이란 관측이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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