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5공 때 형제복지원 수사했더니…"왜 쓸데없는 일하나" 외압

등록 2018.10.10 16:02: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이사한 집 찾아달라 했다가 복지원행" 사례도

저항하는 수용자 '인민재판'서 구타·질책 확인

"맞아 죽은 사람들 여럿" '성폭행 당했다" 증언

정부·검찰 지휘부 등이 수사 중단·축소 등 지시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8.01.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1980년대 대표적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한 결과 당시 수사가 외압으로 중단·축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당시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는 "왜 쓸데 없는 일을 하느냐"는 윗선 질타를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일상적 구타 등 참혹했던 형제복지원의 실상도 수용자들 입을 통해 전해졌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조사단)으로부터 이같은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정부와 검찰총장의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1975~1986년께 형제복지원은 연인원 약 3만8000명을 수용했다. 연평균 약 3200명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강제로 수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1986년 전체 수용자 3975명 중 3117명이 경찰 단속에 의해 수용됐고 이들 가운데는 가족 등 연고자가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직장인, 대학생도 있었다.

 수용자 A(당시 12세)씨는 "이사한 집을 찾지 못해 부산역 근처 파출소에 가서 집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형제복지원으로 보냈다"라고 조사단에 진술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형제복지원 원장의 개인 목장 등 토지 평탄작업, 국유림 벌목작업 등 강제노역을 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전체회의, 이른바 '인민재판'에서는 저항하는 수용자들에 대한 공개 구타와 질책, 협박 등이 있었다.

 1982~1987년 수용됐던 B씨(당시 12세)는 "맞아서 죽은 사람을 여러 명 봤고, 상처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은 사람도 봤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수용자 C씨(당시 12세)는 "맞는 게 싫어서 수두 걸린 친구 옆에 가 수두를 옮아서 병동으로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털어놨다.

 1986년 말 수용자 3164명 대비 사망자는 95명으로 사망률이 3%에 이르렀다. 사망원인은 '정신박약, 쇠약, 암 추정' 등이었지만 조사단은 이런 원인들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당시 사망진단을 가장 많이 한 의사 정모씨의 경우 사망진단서 허위 작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8.01.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가혹 행위와 원장 박모씨 횡령 혐의 수사는 정부, 부산시, 검찰 지휘부 등 압력 행사로 중단·축소됐다. 수사를 담당한 김용원 당시 검사가 작성한 1987년 1월 정보보고에는 '명에 의해 박씨에 대한 업무상횡령의 점 수사를 중단했음'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사단은 이와 함께 "박씨에게 20년을 구형하겠다고 했더니 부산지검장이 15년만 하라고 했고, 그렇게 대검에 보고했더니 검찰총장이 10년만 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에게 검찰이 쓸데없는 일을 했냐며 원장을 풀어주라는 지시를 했다" 등 당시 외압과 관련한 수사 검사의 진술도 확보했다.
 
 과거사위는 형제복지원 원장과 부산시 공무원의 유착으로 위법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형제복지원 원장의 감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당시 법원 판결이 위헌·위법한 내무부 훈령에 근거한 만큼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진상규명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권고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