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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달보다 손가락 먼저 보자···왜?

등록 2019.01.10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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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장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 ⓒ세종문화회관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재원 조성 금액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아요. 재원 조성 시스템 구축이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공연장 중에서 제대로 재원 조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어요. 인맥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많죠."

김성규(56)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부터 먼저 쳐다보기를 원했다. 달은 재원조성 금액, 손가락은 재원 조성 시스템이다.

김 사장은 9일 취임 100일 기념 겸 '2019 세종 시즌' 발표에서 펀드레이징, 즉 기금모금 정착을 통한 재원조성을 강조했다. 주먹구구식으로 목표액을 달성하기보다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한 후 목표액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의 네임 밸류면 지원을 해줘요. 재원 조성이 이뤄지는 부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기업과 네트워크를 다지고, 개인 모금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렇게 크게 투 트랙으로 재원 조성을 해나갈 겁니다. 개인 모금은 다시 두 개로 나눠지죠. 후원회 가입과 소액 기부로요."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김 사장은 지난해 9월27일 부임 이후 회계와 예술, 불화할 것은 같은 두 단어를 조합해내고 있다. 자신을 예술 전문가가 아닌 예술 향유자로 소개하는 김 사장은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경영 컨설팅을 첫 발로 문화예술경영과 인연을 맺었다. 한미회계법인 대표로 재직하며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이런 그는 세종문화회관의 재원 조성이 시스템화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각 프로젝트 담당자가 협찬을 받아왔어요. 시스템화가 안 됐다는 거죠. 3년 동안 이를 체계화할 겁니다. 우선 금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물러난 이후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많은 성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펼치는 프로젝트마다 기부 상품을 내놓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예컨대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과 함께 대극장에서 설치됐으나 노화돼 이달부터 사용을 멈춘 파이프 오르간의 보수를 위한 시민 모금 캠페인을 펼치는 식이다.
2019 세종 시즌 간담회 ⓒ세종문화회관

2019 세종 시즌 간담회 ⓒ세종문화회관

오르간 보수 소요 추정 예산은 약 4억9000만원이다. 김 사장은 "보수 전액을 서울시의 지원이나 협찬으로 충당하는 것보다는 시민 참여가 의미가 있다고 봐 계획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파이프 오르간의 보수를 당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를 위해서는 대극장이 3개월 간 문을 닫아야 한다. "당장 극장을 폐쇄할 수가 없죠. 무대를 전면보수할 때 맞춰 계획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무용단 등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임명 때부터 전문화가 필요하다며 예술감독들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함 없이 저는 예술에 관여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산하 단체에 전략들이 없었어요. 이 공연을 해야 하는 전략이 없었다는 거죠. 그런 부분을 강화하고 싶습니다. 2020년 시즌부터는 공통된 테마를 만들어서 산하 단체들이 시즌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어요."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청소년국악단 등 비슷한 성격의 산하 단체는 사무국을 하나로 통합할 계획도 있다.

우수공연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가지 분명한 것은 수익성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분명히 했다. "정체성과 전략에 얼마나 부합하는 공연인가가 중요하죠. 그러면 수익이 0%라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은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2019 세종시즌'을 선보인다. 2016년에 도입, 4년차를 맞이한 세종시즌은 세종문화회관의 기획공연과 9개의 예술단 공연을 '미리 한꺼번에'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미자 ⓒ세종문화회관

이미자 ⓒ세종문화회관

올해는 서울시합창단의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3월2일 대극장)를 시작으로 합창 8편, 국악 6편, 무용 4편, 연극과 뮤지컬 6편, 클래식과 오페라 21편, 대중음악 3편 등 총 48편 275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예술단이 뭉쳐서 선보이는 통합브랜드 공연도 시범으로 선보일 구상도 하고 있다.

공연 중에서는 순수예술 장르가 아닌, 대중음악 장르인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78)의 데뷔 60주년 기념 콘서트(5월 8~10일 대극장)가 눈길을 끈다. 대중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은 다목적 극장"이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들을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극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장르의 다양화를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덕분에 시즌제는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김 본부장은 "전년도에 팔린 세종 시즌 패키지 티켓은 5400여장"이라면서 "10% 이상씩 성장을 해왔어요. 올해는 그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종 시즌'은 모든 공연들을 사전에 체계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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