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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유총, 교육을 망각한 교육자들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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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06 16:28:50  |  수정 2019-03-06 1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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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아이들을 볼모로 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 방침이 하루 만에 끝났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분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5일 한유총이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했다면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날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설립허가 취소는 1995년 한유총 출범 이후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동안 한유총은 2001년과 2012년, 2016년, 2017년 등 수 차례에 걸쳐 정부와 충돌했으며, 그때마다 휴·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면 교육당국은 한유총 달래기에 급급했고, 결국에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사태가 마무리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비리가 공개된 이후부터 시종일관 강경기조를 유지했다.

이렇듯 과거와 다르게 상황이 전개된 가장 큰 원인은 한유총에 있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비리사태 발생 이후 스스로 '교육자'라는 대의명분을 걷어찼다. 한유총은 이전에 정부와 충돌했을 때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 반대, 누리과정 예산 삭감 반대 등을 외치면서도 교육과 보육을 위한 사립유치원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유총 집행부는 '사유재산 인정'을 요구사항 첫 머리에 뒀다. 교육자인지 사업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이 대목을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정부는 개학 연기로 인한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한유총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었다. 

유아교육법에는 유치원을 학교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립학교법에 의해 법인이 세울 수 있는 학교에 유치원이 포함되지 않기에, 두 법을 조합하면 개인이 설립할 수 있는 학교가 유치원이다. 즉 유치원은 학교다.

우리사회가 교육자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교육을 위해 재산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교육시설 운영상 손해가 나지 않도록 보조금과 세제혜택도 준다. 자신의 재산을 국가교육기관에 쓰고 싶지 않다면 교육계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 뿐이다. 그 누구도 개인에게 교육시설을 만들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이번 한유총 사태는 학교를 '내 것'이라고 인식하는 일부 사학의 그릇된 인식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유치원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대학에서도 일부 사립학교 운영자들은 학교는 내 것, 학교 돈은 내 돈이라고 생각하고 권한을 오·남용한다. 교비횡령과 인사전횡이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다.

영국에서 사립학교는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이라고 부른다. 공립학교는 스테이트 스쿨(State School)이다. 개인이 세웠으나 그 쓰임새에서 공공성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이번 한유총 사태가 끝이 아니라, 사립학교에 대한 공공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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