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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총 의결권 방향 사전공개…전문가들 '우려 vs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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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14 17:22:55
"사전 공개 자체가 헌법에 위배"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총 의결권 결정은 가입자 이익 지킨 것"
"사전공개 기준 낮춰 대상 기업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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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2019.01.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호 기자 = 연기금 전문가들은 1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전문위)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 안건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정치적 의중이 반영됐다며 우려하거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돼 긍정적이라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국민연금에 따르면 전문위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가 제안한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키로 결정했다. 경쟁사 CEO 등을 두 회사의 사외이사로 앉히려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 등에 대해선 이해관계 상충을 근거로 모두 거부했고, 배당 확대 계획도 회사 측 안을 지지하기로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한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며 "엘리엇은 명분상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정도가 지나쳐) 진정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한 조치들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이야기 하지 못 했던 부분을들 지적해 긍정적인 성과를 냈던 것마저 이번 사례로 빛을 잃은 것 같아 씁쓸하다"며 "국민연금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전문위는 기아자동차 주총 안건과 관련해서는 정의선, 박한우 등 현 사내이사를 재선임하겠다는 회사 제안에 찬성했다. 다만 사외이사(남상구), 감사위원회 위원 재 선임건(남상구)건은 한전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키로 했다.

효성의 경우 손병두, 박태호 등 현 사외이사 재선임과 최중경 현 감사위원회 위원선임 등 사측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 전문위는 후보자들이 효성의 분식회계 발생 당시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심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17조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해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까지 주총 이후 14일 이내에 의결권 행사 결과를 공개해왔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이 시장과 재계에 미칠 여파를 고려해서다.

하지만 올해 3월 주총부터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고 있다. 대상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비중이 1% 이상인 회사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를 넘는 기업은 79곳, 보유 비중이 1% 이상(2017년 말 기준)인 기업은 21곳이다. 이 외에도 전문위가 별도로 결정한 안건을 사전 공시할 계획인 점을 고려하면 대상 기업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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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현대모비스에 전달한 주주제안.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결권 행사 방향의 적절성을 떠나 사전 공개 자체가 문제라고 짚었다.

양 교수는 "국민연금이 (사전 공개를 통해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제126조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위탁 운용사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민연금이 운용사를 표 대결에 동원한다는 것 자체도 불법적인 행동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문위가 전문적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스러운 과정에서 이런 발표는 과한 이야기"라며 "국민의 재산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이런 결정을 통해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을 뗄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주주총회 반대 의견 비중은 그동안 10%대에 머물렀다. 2014년엔 9.05%, 2015년 10.12%, 2016년 10.07%를 보이다 2017년 12.87%, 지난해(1~11월) 18.92%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비중이 상승한 이유는 그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화한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건수도 적은 편이었지만 반대했으나 부결된 안건 수도 5건에 불과해 주총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한다"며 "사전 공개로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사전 공표 자체는 투명성 제고 의미에서 괜찮다고 본다"며 "다만 연구기관 등의 다양한 전문 의견을 참조해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 공개 대상 기준인 '지분율 10% 이상'을 더 낮춰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상인 교수는 "지분율 10% 기업에 국한하지 말고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과거 사후적으로 공개했던 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일종의 '꼼수'였다. 앞으로 정권이 아닌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공개한다는 것이 시장에 의해 평가되면 '관치'에 대한 부담도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의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총 안건 행사) 결정은 사측 뜻을 옹호해 투자자와 회사의 이익을 지킨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정치적 개입이 아닌 연금 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벌인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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