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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코페' 미미한 시작, 그래도 창대할 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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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26 17:43:48  |  수정 2019-08-27 11: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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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
【부산=뉴시스】최지윤 기자 = 아시아 최대 코미디 축제, 개막식 3년 연속 전석 매진, 11개국 참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다.

그럴싸해 보일지 모른다. 매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2800석이 매진되고 미국, 영국, 스위스 등 11개국이 참가해 국내외 코미디언들에게 화합의 장이 된다니 말이다.

제7회 부코페는 23일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나만 몰랐나?’라며 어리둥절해할 수도 있지만, 부산 시민들조차 ‘부코페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다음달 1일까지 10일간 축제가 계속됨에도, 공연이 주로 열리는 영화의전당 앞이 휑한 이유다.

부산광역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만큼 개막식 빈 자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매년 부산의 중고생들이 자리를 지키며 환호를 보내준다.

실제 해외 공연팀은 7개다. 테이프페이스, 웍앤올(코르디안 헤레틴스키·피에르 다미앙 피츠너), 듀오 풀하우스(헨리·가브리엘라 카뮤), 벙크퍼펫, 플라잉 더치맨(미치엘 헤셀·쟝 미셀 파레), 빅터 루빌라, 페트로 토샤스 등이다. 영국, 미국, 스위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국적의 멤버로 구성돼 11개국 아티스트들이 참석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다.

 개그맨들이 처한 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블루카펫에서 인기 개그맨들보다 주목 받은 이들이 있다. 30, 40대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등장하자마자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아프리카TV BJ 양팡(22·양은지)과 유튜버 ‘보물섬’ ‘급식왕’ ‘엔조이 커플’ 등이 주인공이다. 과거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 코너가 인기를 끌면, 개그맨들이 덩달아 주목 받은 것과 대비됐다. 지상파의 수많은 제약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TV시청층이 대거 이동한 탓이 크다.

조직위원회는 ‘유튜브, 팟캐스트, SNS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크리에이터들의 공연을 기획, 오프라인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소통의 장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구독자 150만명이 넘는 개그전문 유튜브 전문채널 '보물섬'은 유튜버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공연이 열린 하늘연극장의 900여석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10대 자녀들과 온 부모가 대부분이었으며, 보물섬은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에 버금가는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70분의 공연 시간을 채우기엔 역량이 부족해 보였다. 영상 의존에 급급했고 콩트도 준비했지만 연기, 대본 등 부족한 실력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결국 영상을 보며 관객들이 웃음 참기 대결을 하는 데만 30분 이상을 허비했다. 개그맨들이 관람했다면 씁쓸한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물론, 유튜버 최초로 코미디 공연을 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는 있다.

부코페는 2013년 아시아 최초 코미디 페스티벌로 첫 발을 내딛었다. 올해 7회째다. 집행위원장인 김준호(44)는 K코미디의 글로벌화를 꿈꾸고 있다. 전용관인 코미디아트센터를 설립하고 유튜브 등 온라인 분야를 강화해 "부코페가 온오프라인 개그 콘텐츠의 메카가 되겠다"는 것이다. ‘개콘’이 지상파의 유일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2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건만, 갈수록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유튜브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코미디 그룹 ‘옹알스’는 부코페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말 없이 저글링, 비트박스, 마임 등을 활용해 오직 소리와 몸짓 만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이들이다. 세계를 누비며 한국 코미디의 위상을 알린만큼 부코페가 가야 할 길도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유튜브를 하는 개그맨들에게 ‘돈 한 푼 안 받고 할 수 있냐?’고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우리가 처음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에 나갔을 때 돈 벌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길, 무대를 찾아 떠난 거죠. 부코페에서  SNS스타들이 인기가 많다고 초청하기보다, 대학로에서 고생하며 공연하는 개그맨들에게 더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부산에는 또 하나의 세계적인 축제가 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다. 부산영화제도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주는 이들이 없었지만, 어느덧 세계적인 축전으로 자리잡았다. 부코페가 이처럼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일곱살된 내 자식 같다며 애정을 드러낸 부코페 측이 이를 모르는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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