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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보컬 박민희 “전통음악, 설명을 안 해도 될 때까지”

등록 2019.09.05 18: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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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신진×미술관’

박민희

박민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많은 동료들이 실험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하고 있죠. 그런데 아직 우리 음악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에요. 작품은 작품대로 완성을 하고, 설명은 항상 0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거죠. 제 역은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드는 겁니다.”

정가 보컬리스트 박민희(36)는 전통 음악을 기반 삼는 가객이지만 누구보다 혁신적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그녀는 공연매체를 실험하는 ‘공연예술가’로 통한다.

전통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正歌)는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으로, 들은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번 듣고 그만 듣는 사람은 드물다. 박민희의 정가를 들으면 무슨 얘기인지 안다.

정재일, 차승민, 박우재, 계수정, 조월, 잠비나이, 고래야, 49몰핀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은 물론 안은미 컴퍼니, 음악동인 고물, 국립현대무용단 등 현대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가곡실격: 나흘 밤’, ‘가곡실격: 방5↻’ 등이 있다. 

 박민희는 여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만날 동분서주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미래인재 육성사업 ‘신진국악실험무대’의 확대 버전인 ‘문화공간음악회’의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 ‘신진×미술관’도 그 플랫폼 중 하나다.

성악의 박민희를 비롯해 기악의 대금 연주자 이아람, 한국적 모던함을 만들어가는 무용가 장혜림 등이 멘토로 나서 미술관 등지에서 자신들의 창작 노하우를 나눈다.

박민희는 드라마틱한 음색을 지닌 신진예술가인 소리꾼 이나래의 멘토다. 두 사람은 15일 백남준아트센터의 ‘생태감각’을 통해 만난다.

전국팔도춤

전국팔도춤

‘생태감각’은 지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간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시다. 공존과 공생을 모색한다. 이나래는 조은지 작가의 ‘문어적 황홀경’, 박민하 작가의 ‘대화-77-08-12’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자신의 소리와 전시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박민희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나래를 통해 판소리를 새롭게 만나고 있다. 그녀는 5일 “전통음악가들의 협업의 장이 열린 채로 마련된다”고 소개했다.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서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는, 요구를 받을 때가 많다”면서 “전통 음악을 원형대로 지켜주고, 누군가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 활동을 해나가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혹자는 전통음악과 미술의 협업이 성에 안 찰 수도 있다. 하지만 박민희는 전통음악가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전통 음악가들은 기술, 기능적인 연습과 학습을 많이 해왔죠. 그래서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자기 세계관을 깊이 있게 만들 시간이 부족한 거죠.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 작가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그 분들의 생각을 읽어볼 기회가 마련됐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서 다음에 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사고를 하는지 보고, 결과보다 사고를 유추하는 과정을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한국민속예술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와 ‘제26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도 우리 전통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축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특별시 공동 주최로 10월 2~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중앙광장에서 펼쳐진다. 1958년 서울, 대한민국 수립 10주년 기념행사로 출발한 ‘한국민속예술축제’는 전국에 전래되어 온 민속예술을 발굴,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형질을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는 평을 듣는다.

왼쪽부터 이석규 전통축제팀장, 김헌선 민속예술축제 추진위원, 박민희 멘토, 이나래 신진예술가

왼쪽부터 이석규 전통축제팀장, 김헌선 민속예술축제 추진위원, 박민희 멘토, 이나래 신진예술가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축제로 700여 종목의 민속예술이 발굴, 재현됐다. 그 중 고성오광대놀이·남사당풍물놀이 등 37종목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동래학춤·멸치후리는 노래 등 101종목은 시도무형문화재로, 줄다리기·해녀놀이 등 12종목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올해는 60주년을 맞아 1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해 역대 국무총리상 이상을 수상한 단체들의 왕중왕전으로 치러진다. 전국 16개 시도, 이북 5도에서 선발된 21개 단체 1700여 명이 옛 삶의 원형을 풀어낸다.

정성숙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농악, 탈춤, 민속놀이, 농요로 나뉜 체험장에서 농악 고깔 만들기, 고성오광대 탈 만들기, 모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잊혀가는 옛 풍습을 몸으로 익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소개했다.

김헌선 한국민속예술축제 전문위원은 우리 전통문화가 온전히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이번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 봤다.

그러면서 어느 시상식에서 펼친 ‘아이돌’ 무대 도중 삼고무, 부채춤, 탈춤 등을 선보인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언급, “방탄소년단 춤도 전통 속에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전승되는 전통을 기록하고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한국민속예술축제추진위원회는 이번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의 60년 역사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민속예술 전승자 채록, 10년사 백서 편찬까지 민속예술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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