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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작가 옌롄커 "홍콩 시위, 자유 향해 노력하는 인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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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2 15:52:41
대산문화재단-교보문고 '세계작가와의 대화' 초청으로 내한
"작가의 사회 비판 참여 중요…한국 김애란 작가 좋아한다"
"중국엔 글쓰기 자원 많지만 한국은 자유도 높아"…차이 밝혀
"신작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 각종 기법 도입…저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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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중국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저자 옌롄커(염련과·閻連科)가 12일 오전 11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9.11.12.jmstal0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가장 문제적인 작가' 등으로 불리는 옌롄커(염련과·閻連科)가 최근 장기화된 홍콩 내 민주화 시위에 대해 "자유를 위해 인간이 치열하게 노력하는 흔적"이라고 비유했다.

옌롄커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자유와 존엄을 향한 인류의 모든 노력은 소중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옌롄커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23주째 이어지면서 경찰이 시민을 향해 발포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작가로서의 입장을 묻자 "10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소위 광우병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며 "호기심 때문에 참가했는데 일상 속의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든 간에, 어떤 형태의 폭력도 반대한다"며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옌롄커 작가의 내한은 이번이 4번째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진행하는 '세계 작가와의 대화'의 첫 번째 초청 작가로서 한국에 방문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두 변화한다'의 작가 모옌과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위화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옌롄커는 자국 내에서 빼어난 현실적 묘사로 인해 일부 작품이 출간금지 처분까지 받으며 문제적 작가로 불린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를 '현대 중국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어두운 일면을 거침없이 드러낸다'고 평하며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옌롄커는 스스로를 '실패한 작가'라고 칭한다. 왜 그럴까.

그는 "살면서 많은 이상을 갖고 있었는데 80% 이상은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며 "글쓰기면에서 저는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 진정한 독창성을 갖고 창조력을 발휘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상면에서 말씀드리면 전 참 재미없고 심심하게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옌롄커는 중국 내에서 자신의 작품이 출간 금지 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했다.

그는 "저는 60세가 넘은 노인 작가다. 제 입장에선 내가 쓴 책이 중국에서 출판될 수 있을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제 모든 창조력을 녹여낸 책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정말 가치 있겠지만 못 쓰게 되면 철저하게 실패한 인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본인의 작품이 금서가 된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중국은 모든 책을 검열한다. 검열제도에는 정확한 기준이 있는데 인정 안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우수한 작품들이 문제없이 출판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유를 억압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가로서 사회 현상 비판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중국 사회의 여러 현상에 침묵하고 있었다고 자조했다.

옌롄커는 "전 비판한 적이 없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며 "저의 인생,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약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희곡 '관객모독'으로 2019 노벨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피터 한트케의 코소보 사태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가치있는 작품을 쓴 작가다. 코소보 사태에 대한 다각도의 비평과 입장을 저도 접했다. 작가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현상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지 않나. 그런데 중국 작가들은 침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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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중국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저자 옌롄커(염련과·閻連科)가 12일 오전 11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9.11.12. jmstal01@newsis.com

그에게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 이후 중국의 인식을 묻자 "이 질문을 한국에서 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 중국 사람들은 다 잊었기 때문"이라며 " 중국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사드에 대해 기억하는 일반 시민은 없을 것 같다. 신경써야할 것들이 너무 많고 사드는 흘러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미국과 경제대국(G2)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이 글로벌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저와 별로 상관이 없다"면서도 "중국에는 14억 인구가 있는데 저는 이 어마어마한 인구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더 관심이 있다. 경제적 수입이 아무리 막대하다고 해도 14억명으로 나누면 큰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옌롄커는 한국의 김애란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이후 태어난 청년작가 김애란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연히 '달려라 아비' 소설을 읽었는데 강인함과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와 황석영 작가의 소설도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옌롄커는 문학적인 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중국은 집단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은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부분은 확실히 다른 점이지만 국가 체제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진 않는다. 위대한 작품은 작가에 달렸지, 작가가 처한 체제에 달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영어가 중국의 쑤난 지방에서 탄생했다', '예수의 고향이 중국 동북 지방의 어느 지역이다' 등의 주장에 대해서까지 논의가 오가기도 한다는 점을 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작가 개인에 달렸다. 글쓰기 자원으로만 보면 중국 작가가 한국 작가보다 낫다. 하지만 글쓰기의 자유도에서 보자면 한국 작가들이 가진 것이 더 많다"고 대조했다.

또 "중편 소설 '연월일' 말고는 영감을 얻어 쓴 적이 없다. 그래서 스토리로 넘쳐나는 이런 시대와 나라에서 태어나 작가로 글을 쓰는 것은 행운"이라고 밝혔다.

옌롄커의 작품은 2008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첫 출간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현재까지 '당씨 마을의 꿈', '사서', '연월일' 등이 출간됐고 신작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은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옌롄커는 신작에 대해 "진실과 허구를 한데 뭉쳐놓은 작품"이라며 "각종 기법을 도입했다. 서사, 허구, 심문조사 형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글들도 포함했다. 굉장히 자유로운 글쓰기 경험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소설에 제가 나온다. 저와 주변 인물 모두 실재한다. 제가 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해서 영화로 만들기를 바라는데, 이것도 결국 실패에 관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옌롄커는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침묵과 한숨 - 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을 주제로 독자들에게 강연한다. 오는 13일에는 오후 2시 연세대, 오후 5시 고려대에서 같은 주제의 강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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